—…³οο˚ЙaрруÐaуο/´˝˚³οοㅎЙㅍЙ 創作

[스크랩] 평서형 문장-비유

수로보니게 여인 2007. 6. 28. 22:08
평서형 문장-비유



비유로써 첫 행을 시작할 수가 있습니다.
이미 배우신 바와 같이 비유는 낯설게 하는 장치등을 통해서 우리들의 일상적인 고정관념을 깨뜨려
충격을 주기 때문에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이르키는데 크게 기여를 합니다.

유용주님의 <매운탕>을 읽어보겠습니다.

도시는 거대한 솥,
펄펄 끓는다
반짝이며 수없이 떠오르는 고기떼들
썩은 고기들의 끝없는 악취
그래도 매운탕엔 향기가 나야 제맛이지
깻잎과 미나리와 쑥갓을 듬뿍 넣고
소주 한잔 카아악!

어디에선가 무지막지한 큰 손이
자꾸만 장작을 가져와 불을 지핀다.


여러분은 물론이고 이 시를 읽는 독자들이면 누구나 당돌한 이 시의 첫 행에 관심을 가지고 다음 구절을 읽고 싶어질 것입니다.
이렇듯 비유를 첫 행에 씀으로써 독자들에게 긴장감을 느끼게 하며,
시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하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박형준님의 <저녁별>을 읽어보겠습니다.

작은 창을 두드리고 간 얼룩들.
물 빠진 담벼락에 기댄
꽃대가 허공에 밀어올리고 있다.
누구나 하나씩은
흘려보낸 바구니.

작은 창에
저녁별 들어와
그 환함이 오래오래
한 자리에 앉아 있게 할 때.
먼 세상의 내륙에 가 닿아
갈대밭에서 우는 새들.

바구니에 담긴
가엾은 아이
소금처럼 단단해져 꽃대 위 머문다.


비유와 이미지가 살아있는 시입니다.
첫 행이 비유인 예로 올렸습니다.
가능하면 예시를 많이 올려 여러분들이 시를 많이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시를 공부하다가 막히면 옛날 강의를 다시 한번 경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제 강의실에 들어가서 여러분의 입장으로 강의를 들어보았습니다.
쉽게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딱딱하고 어려운 부분이 많았으며,
오자가 가끔 발견되어서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몇 번이고 반복해서 공부하면 그렇게 어렵게 생각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 열심히 공부하신 분들은 지금쯤 더러 저보다
앞 서 가는 분도 계시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김선우님의 <물로 빚어진 사람>을 올립니다.


월경 때가 가까워 오면
내 몸에서 바다 냄새가 나네

깊은 우물 속에서 계수나무가 흘러나오고
사랑을 나눈 달팽이 한 쌍이 흘러나오고
재 될 날개 굽이치며 불새가 흘러나오고
내 속에서 흘러나온 것들의 발등엔
늘 조금씩 바다 비린내가 묻어 있네

무릎베개를 괴어 주면 엄마의 몸냄새가
유독 물큰한 갯내음이던 밤마다
왜 그토록 조갈증을 내며 뒷산 아카시아
희디흰 꽃타래들이 흔들리곤 했는지
푸른 등을 반짝이던 사막의 물고기 때가
폭풍처럼 밤하늘로 헤엄쳐 오곤 했는지

알 것 같네 어머니는 물로 빚어진 사람
가뭄이 심한 해가 오면 흰 무명에 붉은,
월경 자국 선명한 개짐으로 깃발을 만들어
기우제를 올렸다는 옛이야기를 알 것 같네
저의 몸에서 퍼올린 즙으로 비를 만든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들의 이야기

월경 때가 가까워 오면
바다 냄새로 달이 가득해지네


이 시에 대한 남진우 님의 해설도 곁들입니다.
"달과 여인과 바다. 이 이미지의 연상망은 원형적인만큼이나 상투적인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은 이를 기계적이고 작위적으로 연결시켜 놓지 않고 구체적이고
토속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 제시함으로써 설드력을 얻고 있다.
여인의 몸은 바다의 조류가 넘나들고 달이 운행하는 우주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그것은 모든 것이 흘러 나오는 무한한 생산성을 약속한다.
여인의 몸에서 <퍼올린 즙>이 비가 되어 내린다는 발상 속에는 풍요를 기원하는 대지모신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시인의 시가 지닌 건강성은 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보기 힘든 에너지를 과시하고 있다."




출처 : 평서형 문장-비유
글쓴이 : 채련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