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ЙaрруÐaуο/´˝˚³οοㅎЙㅍЙ 創作

[스크랩] 2007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냉장고,...

수로보니게 여인 2007. 5. 11. 12:46

[전남일보] “냉장고, 요실금을 앓다” / 안오일

닦아내도 자꾸만 물 흘리는 냉장고
헐거워진 생이 요실금을 앓고 있다
짐짓 모른 체 방치했던 시난고난 푸념들
모종의 반란을 모의하는가
그녀, 아슬아슬 몸 굴리는 소리
심상치 않다, 자꾸만 엇박자를 내는
그녀의 몸, 긴 터널의 끄트머리에서
슬픔의 온도를 조율하고 있다.
뜨겁게 열 받아 속앓이를 하면서도
제 몸 칸칸이 들어찬 열 식구의 투정
적정한 온도로 받아내곤 하던
시간의 통로 어디쯤에서 놓쳐버렸을까
먼 바다 익명으로 떠돌던
등 푸른 고등어의 때
연하디 연한 그녀 분홍빛 수밀도의 때
세월도 모르게 찔끔찔끔 새고 있다.
입구가 출구임을 알아버린
그녀의 깊은 적요가 크르르르
뜨거운 소리를 낸다, 아직 부끄러운 듯
제 안을 밝혀주는 전등 자꾸 꺼버리는
쉰내 나는 그녀, 의 아랫도리에
화려한 반란이 시작되었다.



[심사평] 고재종

시 지망생들은 왜 고향의 가난한 부모님 이야기에만 관심이 있을까.
그것도 왜 유년과 연관된 이야기에만 집중할까.
그렇게도 쓸 것이 없어서야 무얼 더 일러 말하겠는가.
아니 최소한 자본의 세계화 속에 신음하고 있는, 이 슬프고 노여운 세계를 사는 자기 삶,
자기 실존, 자기 존재조차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인가.

일국(一國)의 시인을 꿈꾸는 시 지망생들의 소재와 주제의식과
사유의 협소함에 대해 심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아랫도리에 물 흘리는 냉장고의 내력에 대한 사유를 통해
그 냉장고를 운영하는 우리네 보통 여성들의 고단한 삶과 시간에 의한 생의 마모를 설득력 있게 표현한 안오일,

그리고 새벽 별에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건/ 상징하는 바가 아무 것도 없어서야'라며
지금까지 별에 대한 상상력을 완전히 전복해 버리는 이형경 등이 그럴 듯한 수확이었다.
이형경은 활달한 상상력과 전복을 통해 생의 이면을 들추려는 젊은 패기는 좋지만
시 전체의 유기적 통일성에 허점이 많았다.
안오일은 많은 수련이 엿보이지만 상상력 훈련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이형경에게 추월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드린다.




출처 : 2007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냉장고,...
글쓴이 : 채련 원글보기
메모 :

   시 지망생들의 소재와 주제의식과 협소함을 극복하고

 아랫도리에 물 흘리는 냉장고의 내력에 대한 사유~

 

 보통 여성들의 고단한 삶과 시간에 의한 생의 마모를 설득력있게......

 

 이형경의 상상력 뒤집기도 눈여겨 보아야......

 

  보고싶다 이형경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