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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퇴고의 기법 1-형상화

수로보니게 여인 2007. 5. 17. 21:18

퇴고의 기법 1



시를 쓰면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는 내가 언제 그 안에 들어가느냐 하는 문제이다.
성급히 들어가서도 안 되며 시기를 놓쳐 너무 늦게 들어가면 흐름이 깨져 시를 망가뜨리게 된다.
독자들이 눈치채지 않게 시기 적절하게 나를 집어넣는 일,
딴청을 부리는 체하며 은근슬쩍 내 할 말을 다하고 끝을 맺는 능수능란한 솜씨는 언제나 가능해질런지.
부채 이야기 속에 내 이야기가 다 들어가 있는데도 왠지 내 이야기는 빠진 듯하여
결국 ‘나’를 집어 넣고는 흐뭇해 했으나 시를 망침을 어쩌랴.
이 시 역시 초보자들이 빠뜨리지 않고 쓰는 추상적인 단어, ‘한숨’ ‘그리움’을 쓰고야 말았다.
시의 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외로움’ ‘쓸쓸함’과 같은 직설적 언어를
삼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알맞은 이미지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환 부분인 3연에서는 꼭 내가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그래야만 직성이 풀리니까. 그리고는 이 단어 때문에 이 시를 쓰게 됐노라고 강력히 주장을 한다.)
시를 쓸 때는 시에 빠져 제 약점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런 때는 일단 접어 두었다가 일 주일 후 다시 열어 보고 확인을 하는 방법이 좋다고 한다.

감정이 사그라진 후, 즉 객관화가 된 시선으로 시를 보면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약점이 뚜렷이 보여 제 스스로 낯을 붉히게 된다.
그런데도 이런 단어를 지우고 나면 시가 안 되는 것 같은 착각에 선뜻 지우기를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형상화’라는 작업이 이토록 어려운 것이다.




출처 : 퇴고의 기법 1-형상화
글쓴이 : 채련 원글보기
메모 :

 시는

 내가 없는 나, 즉 딴청을 부리면서

 은근 슬쩍 내 할 말을 하는 능수 능란한 솜씨를 키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리움, 한숨 같은 추상적 언어를 써야 직성이 풀리고,

 외로움, 쓸쓸함 같은 직설적 언어로 격을 떨어뜨리고야 마는......

 

 감정이 사그라진 후, 객관화된 시선으로 보면, 처음 안보이던 약점이 보이게 되므로

 형상화 하기 위한 퇴고 1단계

 이미지 찾기까지 숙성시키는 인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