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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언어는 어떤 언어인가?

수로보니게 여인 2007. 2. 13. 14:15

 시의 언어는 어떤 언어인가?

  

            박상천 시인(한양대 교수)

 

  시를 일컬어 언어의 예술이라고 한다.

 언어 예술이라고 하는 말은 시의 핵심이 무엇인지 잘 드러내고 있다.

 따지고 보면 언어는 시의 질료(material)이면서 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시에 관한 이론을 공부하건 시창작의 방법을 공부하건 그 출발은 언어일 수 밖에 없다.

 언어에 대한 공부는 시 공부의 출발이자 기초이며 그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치 않는다.

 시 공부를 언어 공부로 부터 출발 해야 한다는 말은 먼저 언어의 속성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일상의 언어와 시의 언어가 어떻게 다른지를 아는 일이 시 공부의 출발이다.

 

 1. 언어는 사물을 존재하게 한다.

 

 철학자 하이데카는 '언어는 존제의 집' 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사물에 이름이 붙여질 때 비로서 사물로서의 존재가 성립된다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김춘수님의 '꽃'

 

 내가 그대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 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와 같이 어떤 사물이건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무어라 할 수 없는 '하나의 몸짓' 에 불과하다.

 

   언어와 사물의 관계는 자의적이지만 사회의 약속이다.

 언어는 가장 쉽게 말해 사물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사물과 사물 이름인 언어의 결합 관계는 필연성이 없다.

 예를 들어 우리가 나무라고 부르는 사물과 나무라고 부르는 언어 사이에 필연성이 있다면,

 세계 각국의 언어가 다를 수 없고, 시대를 따라 언어가 변할 수 도 없었을 것이다.

 나무를 15세게에는 '나모'라고 하였고, 영어에서는 'tree' 부르는 것처럼,

 이처럼 사물과 언어가 필연적 결합 관계라면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 없을 것이기에

 사물과 언어의 결합은 자의적 관계라고 함이 명백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의적 사물과 언어의 이름을 사람이 임의로 바꿀 수는 없다.

 나무는 나무라고 부를 때 의사 소통이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사물과 언어 결합의 자의성은 사회적으로 용인 받아야 하고, 용인 받은 이름으로 부를 때

 의사 소통이 되는 것이기에 이러한 사회적 약속을 깨뜨려서는 안된다.  

 

  3. 시의 언어는 사회적 약속을 깨뜨린다.

 

    언어와 사물의 관계는 분명 자의적이지만 그것은 사회적 약속이다.

 따라서 사회적 약속을 저버리면 의사소통이 어려워 진다.

 그런데 시는 이러한 언어의 사회적 약속을 저버리고 그 약속을 깨뜨리려고 한다.

 한 마디로 시의 언어는 일상의 언어를 비틀고 왜곡하는 것이다.

 일상 언어가 지닌 의사 소통과 정보 전달이 사회적 약속을

 시의 언어는 정상적 용법을 사용하지 않고 사회적 약속을 깨뜨리며 비정상적 용법을 사용한다는 것과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며 좋은 방법이 아니다는 것이다.

 

  4.  시의 언어는 왜 사회적 약속을 깨뜨리는가? 

 

   언어가 사물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언어와 사물을 동일시 하게 한다.

 그러나 언어는 사물이 아니라  '사물의 공통적인 속성에 붙여진 이름' 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 말해 "나는 슬프다" 라는 표현을 한A와 B가 있다고 하자.

 그렇다고 A와 B의 슬픔의 감정이 동일한 감정이 아닌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슬픔이라는 말은, 모든이들이 가진 그 다양한 '슬픔의 공통적 습성' 을 뽑아내어

 '슬픔' 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에 불과하다.   

 

 * 시는 일상의 언어가 지닌 이러한 추상성과 불완전성을 언어를 통해 극복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슬픔 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나의 슬픔', 

 그래서 사람들은 나의 슬픔의 진정한 모습을 표현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노력이 시를 탄생 시킨 것이다. 

 그래서 시는 비유, 묘사, 상징, 이미지 등 다양한 시적 장치를 동원하여 사물의 공통 속성에

 붙여진 이름이 아닌 개별적 사물에 적합한 이름을 붙이려고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에서는 일상 언어와 정상적 사용법이 아닌, 비 정상적 사용법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