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헌 월도천휴여본질(月到千虧餘本質) 겪어보니 병(病)에도 때가 있다. 득병유시(得病有時)요, 치병유시(治病有時)다. 한편의 시(詩)도 마찬가지다. 득시유시(得詩有時)요, 해시유시(解詩有時)다. 나는 기업체 회장 사무실이나 유서 깊은 집안을 방문하였을 때 벽에 걸려 있는 한문 액자나 병풍 글씨의 내용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있다.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취향이 여기에 나타나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 내용이 어려워 해석을 못하거나 출전(出典)을 알지 못해서 당황했던 적도 많다. 교보문고를 세운 고(故) 신용호 회장을 생전인 7년 전쯤에 처음 만났을 때였다. 이 양반이 식사 도중에 시(詩) 한 구절을 이야기 했다. '동천년노항장곡(桐千年老恒藏曲)이요,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라'는 구절이었다. '오동나무는 천년이 되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있고, 매화는 일생 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구절을 애송하는 신 회장을 보고 필자는 속으로 '이 양반이 대단히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는 사실을 짐작하였다. 사업하는 사람은 간과 쓸개를 버리고 다녀야 할 텐데 어찌 이렇게 자존심 강한 시를 좋아할까 하는 의문도 아울러 들었다. 그때는 이 시의 작자나 또는 출전을 몰랐다. 그러다가 몇 달 후에 어느 한정식 집에 갔을 때 그 집의 병풍에 이 두 구절이 똑같이 쓰여 있었다. 이 구절이 상당히 유명한 대목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 그 작자가 누구인지, 나머지 구절이 어떻게 되는지는 몰랐다. 득시(得詩)는 했지만 해시(解詩)를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에 그 작자와 나머지 구절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자는 조선조의 상촌(象村) 신흠(申欽·1566~1628)이었다. 조선시대 4대 문장가의 한 사람일 만큼 심금을 울리는 문장을 썼던 인물이다. '월도천휴여본질(月到千虧餘本質), 유경백별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가 나머지 두 구절이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이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100번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 온다'는 의미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 4개월 전에 쓴 휘호가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백범도 좋아했던 내용이 바로 상촌이 지은 이 나머지 두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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