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ШёlСомЁοο /´˝˚³οο골방 글쓰기

예시와 비유

수로보니게 여인 2011. 2. 14. 14:20

<<글 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예시와 비유


지난 주에는 암시와 복선에 관해 공부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정보를 직접 전달하려고 하기보다는
독자 스스로 정황을 알아챌 수 있게끔 일부 정황을 넌지시
보여주는 게 낫다고 했습니다.


========================================


오늘 공부할 내용은 예시와 비유입니다.
예시와 비유가 왜 필요한지 먼저 설명해 드리죠.


주장만 하면 설득력이 없잖아요. 주장에 대한 근거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두 방법이 예시와 비유입니다.
예시는 주로 실제 이야기를 보여주고,
비유는 논리상 비슷한 대상을 유추하여 보여줌으로써 객관성을 얻습니다.


예시와 비유, 둘 다 중요하겠지만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예시의 설득력이 비유의 힘보다 더 셉니다.
실제 벌어진 이야기를 보여주는 거니까요.

비유는 '그럴 법한' 이야기를 다루죠.

비유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라면, 예시는 몸으로 이해하는 겁니다.
상대방에게 구명조끼가 안전하다는 점을 설득하려면
자신이 직접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뛰어들면 되는 겁니다.
그런 게 예시죠.


그럼 좋은 예와 좋은 비유 사례 몇 가지를 살펴 보죠.


복잡함과 혼잡함은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디자이너 도널드 노먼은 이 두 개념을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이해할 수 있으면 복잡한(complex) 것이고, 혼란스럽고 이해할 수 없다면 혼잡한(complicated) 것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 계기판은 당신에게 혼잡한 것이지만 조종사에게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복잡성과 혼잡성의 차이는 지식에서 비롯된다.”


===========================================


도널드 노먼은 좋지 않은 디자인에 관해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경험한 사례를 들더군요.


“한국의 문을 보면 어느쪽으로 밀고 당기든 상관없는 경우에도 한쪽에는 ‘당기시오(pull)’,

다른 쪽에는 ‘미시오(push)’라는 지시 문구가 붙은 경우가 많다.

그런 문구 때문에 문 자체의 디자인은 괜찮은데 열등한 디자인으로 보이기도 한다.” - 월간 <디자인>, 2010년 12월호, p. 158.


통계청에서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 설문항목을 인터넷으로 작성하면서
별로 좋지 않은 인터페이스를 본 적 있습니다.
결혼날짜를 입력하는 항목인데 남편 따로, 아내 따로 각각 수동으로 입력하게 해 놓았더군요.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서로 다른날 결혼한 것으로 입력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용자 환경을 살펴보면서 나쁜 점을 드러내고
더 낫게 바꾸고자 제안하는 일, 무척 훌륭한 글감입니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게 더 좋은 표현이에요.
예를 들어 보죠.


'지난 5년 간'이라는 표현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더 낫게 쓰려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라고 쓰면 됩니다.
객관성이 드러납니다. '지난 5년 간'이라고 쓰고 시간이 흐르면
그게 언제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잖아요.
누가 보더라도 자명하게 쓰는 게 더 좋은 거죠.


예를 하나 더 들죠. 책을 여러명이 쓰거나 번역할 때가 있죠.
그럴 때 흔히 오종철 외 지음, 이강룡 외 옮김...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이건 틀린 겁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오종철이나 이강룡은 저자나 역자가 아니란 말이거든요.

이런 경우 오종철 등 지음, 이강룡 등 옮김으로 적는 게 옳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잘못된 표현이 참 많군요.
더 나은 표현을 쓰자, 잘못된 표현을 쓰지 말자...

이렇게 주장만 할 게 아니라, 실제 예를 찾아 보여주는 게 더 설득력 있군요.


그럼 비유에 관해서도 살펴 보죠.

비유 역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입니다.

예시가 주로 실제 사례로 설득하는 방법이라면 비유는
그럴 법한 논리적 연관성이나 유사성에 기초를 둔 설득 방법입니다.


이라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 '델피르와 친구들' 사진전을 소개하더군요.
여기에 해설을 맡은 박지석 명지대 교수가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세계와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세계를 비교설명하면서 이렇게 비유하더군요.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이 결정적 한 장면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시와 같다면,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은
차근차근 이야기를 펼쳐놓는 거대한 장편소설 같다고요.
참 근사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배우 박영규 씨가 <승승장구>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 있는데
이런 비유를 들더군요.


"코미디는 눈물로 빚어낸 빵이다."


역설처럼 들리지만 맞는 말이죠. 인생의 희로애락을 두루 경험한 배우가
펼치는 코미디 연기는 관객에게 감동을 주죠.
어떤 비유를 드느냐... 거기에 그 사람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비유 속에 그 인물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드러나죠.
예를 들어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 캐릭터를 잘 설명해주는 대사가 있습니다.

미실이 선덕여왕에게 이야기합니다.


"백성은 떼를 쓰는 아기와도 같지요.
그래서 무섭고 그래서 힘든 것입니다.”


비유도 무척 조심스럽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비유적으로 개념규정해 보는 것도
글쓰기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럼 자신의 일에 대한 자존감도 높아지고 삶이 무척 우아해집니다.


=======================================


오늘도 함께 읽을 좋은 문장


<중앙일보> 2011년 2월 8일자에 실린
작가 린다 수 박의 인터뷰 기사 일부를 인용합니다.


“이야기가 보편성을 갖추려면 구체적이어야 한다.
아마 모든 예술의 역설일 것이다.
인물과 이야기가 실감 나려면 세부가 생생해야 한다.
사건은 인물의 감정을 드러낸다. 감정은 인간 모두에 보편적인 것이다.

(…) 세부에 충실해야 관심을 끌 수 있고
보편적 감정에 호소해야 공감을 자아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써야만 보편성을 전달할 수 있다.


다음 시간에는 글쓰기에 임하는 태도에 관해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³οοШёlСомЁοο > ´˝˚³οο골방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필의 계절, 가을이 왔다  (0) 2011.09.19
‘형·부’는 위험하다  (0) 2011.08.22
암시와 복선   (0) 2011.02.07
작품 구성   (0) 2011.02.07
공간 자르기  (0) 2011.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