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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와 복선

수로보니게 여인 2011. 2. 7. 21:27
<글 짓는 마을>



오늘의 주제-암시와 복선


오늘 공부할 내용은 암시와 복선입니다.
보다 극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앞부분에 넌지시 알려주는 장치를 암시 또는 복선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암시와 복선의 차이는 뭘까요


암시가 더 넓은 개념이죠. 복선이 암시에 포함됩니다.
특별하게 조금 더 감춘 암시 장치가 복선입니다.
독자가 글을 읽으며 그 메시지를 대강 짐작할 수 있으면 암시입니다.
그런데 복선은 작품을 다 읽고 난 후에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죠.


아...그게 이런 걸 암시하는 거였구나...하고
나중에 무릎을 치는 경우가 있어요. 그게 복선이지요.


그런데, 청취자들은 대부분 전문 작가가 아닙니다.
글 속에 암시와 복선이라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겠지요.
어떤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앞서 설명한 내용 중에 '넌지시 보여준다'는 표현이 있었지요
여기서 시작할 겁니다. 암시란 대놓고 표현하고 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눈치를 주는 거예요.

왜 이런 얘기 하잖아요. "그걸 꼭 말해야 아냐"


작가가 눈치를 주면 독자가 눈치를 채고,
그러면 작가와 독자 사이에 공감대도 생기고 글의 재미도 생기겠군요.
자, 그럼 눈치 주는 연습을 해 볼까요


예를 들어, 어느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엘리베이터에
갇힌 청년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면 그 내용을 직접 쓰는 것보다 흰국화 몇 송이나
검은 리본만 보여줘도 충분합니다.


조금 표현하여 많은 걸 보여주는 문장이 무척 근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그걸 최소 원리라고 불러요.


빅터 파파넥이 지은 《인간을 위한 디자인》에는 디자인 철학을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최소로 최대를 이루고자 한다."
전 이 말에 공감하며, 글쓰기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하고자 합니다.
최소로 최대를 이루려는 디자인의 기본 원칙은 글쓰기의 최소 원칙과 동일하며,

더 나은 사용자환경을 제공하려는 노력은  
더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글쓰기의 태도와 동일하다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다 이야기하기보다 힌트가 되는 몇 가지 단서만 넌지시 전달하는 게 훨씬 더 근사하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사례도 좀 살펴 볼까요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이란 책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관객은 이야기의 우여곡절을 스스로 적극적으로 경험할 때만이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고압적인 해설, 화려한 그래픽, 혹은 첩첩이 쌓아놓은 인터뷰 등을 통해 관객에게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가르치려드는 다큐멘터리를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다."


TV 프로그램을 보시면서 이 원칙을 한 번 적용해 보세요.
영상보다 해설에 의존하진 않는지, 자막이 지나치게 많진 않은지,
지나치게 많은 걸 보여주려고 하진 않는지.


특히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지나칠 정도로 자막과 그래픽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냥 정신없이 화면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글을 쓸 때는 반대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독자를 믿고 독자가 스스로 길도 찾고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힌트와 계기를 넌지시 보여주는 겁니다.

해설을 아끼는 대신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겁니다.


특별한 글을 쓰는 방법엔 딱 세 가지가 있습니다.
미리 해 보기, 꼼꼼히 다시 해 보기, 특별한 방법으로 해 보기.
이 세 가지를 다 해 보고 이제 독자 입장에서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중요한 계기들을 뽑아내어 글의 전면에 펼쳐놓는 겁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하나 생깁니다.
지난 시간에 두괄식 문장으로 쓰는 것이 좋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메시지를 바로 표현하지 말고 에둘러서
넌지시 표현하는 게 더 멋있다고 배웁니다.
두 방법이 조금 모순되는 것 같죠


그런데 이건 절차상 문제예요.

두괄식 문장으로 결론을 자신있게 서두에 표현하는 연습이 덜 된 사람은

절대 근사한 암시나 복선을 구사할 수 없어요.

암시를 사용한다는 건 내용을 히 장악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순서상 두괄식 연습이 앞서고,
그 다음에 글의 재미를 부여하기 위해 암시 같은 장치로 글을 다듬는 겁니다.


침묵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몰라서 가만히 있는 것과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 겉으로 보면 같지만 본질은 히 다르죠.
알면서도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경지가 되려면
정확한 의사소통이 전제돼야 합니다.


오늘도 함께 읽을 좋은 문장


송수권 시인의 "인연"이란 시를 읽겠습니다.

내 사랑하던 쫑이 죽었다
어초장 언덕바지 감나무 밑에 묻어주었다
이듬해 봄 감나무 잎새들 푸르러
컹컹 짖었다 


연” 전문.


다음 시간에는예시와 비유에 관해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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