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례, 「고향우물」(낭송 박경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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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례의 「고향우물」을 배달하며 어린 시절 우물에서 물을 길었던 생각이 납니다. 우물물이 가득 담긴 두레박을 끌어올릴 때 너무 무거워 몸이 우물의 축축한 어둠과 깊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공포감이 들곤 했지요. 우물에 송장이 있다든가 밤이면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던가 하는 무서운 소문도 돌곤 했지요. 우물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기라도 한 것처럼 괜히 돌을 던지거나 침을 뱉어 그 두려움에 대들어보기도 했지요. 물이 모이고 여자들이 모이고 말들이 모이고 호기심 많은 소문들이 모이는 곳. 어느 마을에나 있을 법한 은밀한 불륜과 수군거림과 비아냥거림과 온갖 슬픈 에필로그를 제 어두운 깊이 속에 감추어 둔 곳. 그 비극을 다 지켜보고 알고 있으면서도 묵묵히 그 비밀을 지켜주는 곳. 마을마다 있던 그 우물이 거의 사라졌으니, 뜨거운 피는 누가 식혀주고 비밀은 누가 지켜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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