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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기 2

수로보니게 여인 2010. 2. 22. 15:03

 

제목 2/22(월) [성공글쓰기]                                                       작성자 성공시대 관리자 
<< 서평 쓰기>>

지난 시간에 서평 쓰기, 독서 노트 작성에 대한 기초 단계에 관해 공부했습니다.


인용과 함께 자기 의견을 짧게 덧붙이는 게 서평 쓰기의 첫 단계라고 했는데요.

조금 더 설명하자면
책 전체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하여, 일관성을 갖춘 서평을 쓰는 게
최종목표이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하려고 하면
금세 지치거나 흥미를 잃어버리거든요.
그렇게 하지 말고 쉽고 간단한 것부터 하는 게 좋아요.


초보자가 <논어>나 <고문진보> 서평을 몇 번만에 쓸 수 있겠습니까.
처음엔 가슴에 와 닿는 한두 문장을 여러 번 읽고 음미하면서
자기 삶에 적용해 보고, 또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면 되는 거죠. 그러면서 차츰 자료가 쌓이면
더 단단하고 풍성한 서평을 쓸 수 있겠지요.


<고문진보> 한 대목을 인용해 왔습니다.

농부가 술을 가지고 찾아와서는,
농사 이야기로 해가 이미 기울었네.
이렇게 찾아준 뜻 참으로 고마워,
마음에 스미는 정 얼마나 지극한가.
돌아가거든 자주 오지는 마오,
숲이 깊고 산길이 어두우니.


‘돌아가거든 자주 오지는 마오’에 이 시인의 마음이 담겨있는 듯합니다.
보고싶긴 한데, 겉으로는 오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마음,
막상 찾아오면 왜 왔냐고 타박하지만 고마운 마음...


그런 마음을 떠올리면 가족이나 친구,
선생님과 나누었던 시간이 떠오르지 않겠습니까.
그 마음을 인용문 아래에 기록해 둡니다.


인용문을 쌓는 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것은 이것대로 진행하되, 다른 방식으로 서평을 쓰는 방법,
하루이틀 만에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서문 요약이 가장 좋죠.


책을 평가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저자가 무엇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하고,
그것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분위기만 파악하겠다는 자세로 임하는 게 좋아요.


전 새 책을 읽을 때 늘 서문을 꼼꼼히 봅니다.
좋은 책은 서문에 책 전체 개요가 다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서문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갈피를 못잡겠으면 책을 덮으십시오.
더 읽어야 시간 낭비이니까요. 그건 저자의 표현력 탓이에요.
좋은 책은 넘치고 넘치니 얼른 더 좋은 다른 책으로 눈을 돌리십시오.


요약하는 데도 물론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전 요약할 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건네듯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요약합니다. 요약이란 건 어차피 중간에
어떤 것을 생략해야 하는 걸 전제하잖아요.
그런데 눈으로만 요약하면 연결이 부자연스러운지 자연스러운지
쉽사리 구별하지 못해요.


<공부의 >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여기보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공부 비법이 나와요.
제가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공부 비법은 ‘가르치듯이 공부하라’
대목이었어요. 훈계하라는 게 아니라 말하고 귀로 들으면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라는 거지요.


지난 시간에 책에서 잘못된 표현을 찾았을 때,
블로그에서 비판만 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출판사 또는 저자에 연락해 그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적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볼까요


그 글이 인터넷에 공개된 글이라면
직접 그 페이지에 가서 댓글로 알려줘도 됩니다.


옛날 이야기를 하나 들려 드릴게요.

소설가 이윤기 씨는 유명 번역자이기도 합니다.
이윤기 씨는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번역했습니다.
1986년 첫 번역을 내놓았고, 1992년에 개역판을 냅니다.


그런데 2000년 3월에 이윤기씨는 출판사를 통해 A4 60장 분량인 두툼한 원고를 받게 됩니다.


철학박사 강유원 씨가 보낸 이 원고에는
『장미의 이름』 번역본 중 3백여 군데에 이르는 부적절한 번역,
빠져 있는 부분 및 삭제해야 할 부분이 적혀 있었습니다.


당대 최고 번역자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죠.
그런데 이윤기 씨는 그 지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개역판 작업에 들어갑니다.


개역판 출간 후 이윤기 씨는 역자후기에 이 내용을 실었고,
나중에 한겨레신문 칼럼에 이 에피소드를 전했습니다.
한 젊은 철학자에게 받은 원고 이야기와 당시느꼈던 부끄러움,
그리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 그 철학자에 대한 고마움을 담았지요.
(“잡초 없는 뜰은 없다”)


결국 독자의 적극적 제안과 저자의 겸손한 태도 덕에,
일반 독자들은 더 정확하고 더 아름다운 번역본을 얻게 된 것이죠.


오늘의 열린 표현에 관한 팁입니다.

스가야 아키코,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책이 있어요.
기자인 저자가 영국, 미국, 캐나다 등의 미디어 교육 현장을 체험하고 나서 집필한 보고서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고
사용하는 능력을 가리키는데요, 영국의 초등학교 프로그램 중
‘미디어와 동영상’ 과목이 있는데 이 과목의 학습 목표는
미디어의 해악을 알리는 게 아니라,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미디어의 영향으로부터
일정 부분 거리를 두는 능력을 키우게 하는 거라고 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
그것이 열린 교육일 겁니다. 열린 표현이 지향하는 바도 그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