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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맷돌질을 끝내놓고

수로보니게 여인 2010. 2. 20. 18:09

 

 

 

  
      

            

  
 
       홍아의 골짜기삼삼                
 

 

 

재능(talent)이 기능(skill)화 되기까지 Let's go

 

 어처구니없는 맷돌질을 끝내놓고


 

택배인데요……

 

출판부에 10일에 주문한 교과서를 오늘에서야 받았다.

한 30분쯤 전에


교과서 밑줄 쫙쫙 거가며 거의 통독한 학우도 있는데……

에휴  

 

오늘에서야 손에 책을 들 수 있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유인즉

다른 개인적인 정황도 없지 않으나 더 큰 이유는

과지 『마당』을 편집해야하는 이유로 책 주문을 미리 하지 않은 것이 이유 중의 이유이다.


총무를 하라는 주문에 내가 오케이를 했을 때, 나는 학년 총무를 하라는 주문으로 받았었다.

그렇게 알고 있던 내가 바보였나?


당시 우리 학년은 총무가 있으면서 없는 이유로 하여,

스터디가 있는 날이면 준비되지 않는 일로 인해 반가움 보다 피차의 상한 마음이 서로를 불편하게 할 때이고,

그 일이 스터디에 대한 부담감으로 점점 가중되어 갈 때이다.


해서  총무 운운하며 “도와줄 테니 좀 함께 하자”라는 대표(당시)의 말에,

 ‘그래 학우를 섬기는 일이야, 넉넉지 않은 시간에 쉽지는 않겠지만 일 년만 시간을 할애해보자’라며 승낙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과 송년회에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았다.

학년 총무가 아니라

국문과 총무로 소개를 받게 된 것이다.

띵 띵 띵



시쳇말로 정말 어이없음의 극치였다.


나의 시간적 한계는 학년 총무를 하는 일도 상당한 부담을 안고 해야 하는 일인데

과 총무라니……


이 일을 어쩐다?

   .

   .

   .


성격상 ‘잘 몰랐었다’ 라며 발뺌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야말로 진퇴양난.


그래 일 년이야

까짓 일 년

어떻게 보내면 일 년을 못 보낼까, 해 보자!


그리곤 또 며칠 후

과 임원회가 있다는 호출에

새로운 마음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학습관에 이르렀는데

이번엔 뒤통수를 맞지도 않고  하는 줄 알았다.


왜인고하니

아니 글쎄 나는 본적도 없는 과지 『마당』을 발간해야 하는데

그 일을 총무가 해야 한단다.

이번엔 사면에서 초나라의 노래 아우성처럼 들리는 듯했다.

완전 어처구니없음 그 자체였다.


여기서 잠깐


“어처구니없다.”는 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옛날 조상님들이 사용하시던 맷돌의 손잡이가 ‘어처구니’란다.


생각해보라

손잡이 없는 맷돌을 돌릴 수 있겠는가?

양손으로 위 맷돌 짝을 잡고 돌리면 맷돌이 돌아갈까?

혹여 그렇게 맷돌을 돌린들 위 아래짝 사이의 내용물이 갈아 지겠는가?

만약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맷돌을 돌릴 수 있다한들 내용물을 어느 세월에 갈아낼 수 있단 말인가?

즉, ‘어처구니’ 없음은 ‘일을 할 수 없음’의 다른 말이다.


그 어처구니없는 맷돌을 나보고 돌리란다. 

내겐 어처구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컴퓨터기능이 없는데.



그런데 

내가 바보이긴 바보인가보다.

처음 황선배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분명 새터(오리엔테이션)일까지 발행이 되어야한다고 들었는데,

한 순간 착각을 하게 된 것이다.

내년에 있을 입학식까지 하면 되는 일로.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

그도 그럴 것이

사전에 아무런 수습시간도 없었으니 그리 생각할 만도 하지 않은가?  

그리고는 ‘시간이 있으니 배우면서 하면 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에휴 바보 멍청이)

 

 

그리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선도 없는 전화 속에서 정선배의 촌철적 말이 흘러나왔다.

블라블라 어쩌고저쩌고

 

 


당연히 책(교과서)따윈 안중에도 없을 수밖에

교과서가 있다한들 그 것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맘먹고 공부 좀 하려고 했는데)

 

 

그러나 어찌하랴

어처구니없는 맷돌 돌릴 궁리를 시작했다.

이리저리 따져가며

속궁리 겉궁리 주먹궁리 별궁리 등등

궁리라 궁리는 다 해봤다

선배님이 돌리시던 맷돌을 보고 또 보고

오늘도 보고 내일도 보고

낮에도 보고 밤에도 보고


그러다가 그 맷돌에다 손잡이를 깎아 붙이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그랗게 깎았다 네모모양으로 깎았다

길쭉하게 깎았다 뭉툭하게 깎았다  

   하얗게 칠했다 빨갛게 칠했다

‘세상은 요지경’이 아니라

어처구니를 만드는 일이 요지경이었다.


그렇게 두 달여 동안 맷돌에 어처구니를 깎아 붙이고

보내주는 작품들을 편집했다.


그리고 원고를 출판사로 보낸 어제를 지나

오늘에서야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다른 학우들의 새김질을 따라 가려면 얼마나 턱이 길어져야 할까?

씨 턱만큼 빠지면 그 새김질을 따라갈 수 있을까?

   개구리 왕눈이만큼 눈이 빠지도록 책을 본다면 그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

(실제로 개구리 왕눈이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름)


 

그런데 참 고마운 일은

교과서도 없이 두 번 참석했던 ‘한국근대작가론’ 요약 자료를

우리대표 은수 씨가 올려놓은 것이 있어

오늘 하루를 그 작가들과 씨름하는 날로 정해놓고

그 판이 막 끝나갈 때쯤 전화벨이 울린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할 일

주걱턱이 되기까지 새김질하고

개구리 왕눈이 눈 닮아가기


10-2-20 오후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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