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獨白

윤동주

수로보니게 여인 2010. 1. 23. 12:11

 

 

 

 

 

 

 서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슬픈인연

단 한번의 눈마주침으로
서로를 그리워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슬픔은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못본체 했고
사랑하면서도 지나쳤으니
서로의 가슴의 넓은 호수는
더욱 공허합니다

자신의 초라함을 알면서도
사랑은 멈출 줄을 몰랐고
서로가 곁에 없음을 알면서도
눈물은 그칠줄을 몰랐습니다

이제
서로가 한발씩 물러나
눈물을 흘릴 줄 압니다

이들을
우린 슬픈 인연이라 합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1930년대 숭실학교 시절 교복을 입은 윤동주(뒷줄 오른쪽)와 문익환(뒷줄 가운데).


 


코스모스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뿐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 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또리 울음에도 수집어지고
코스모스 앞에 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는 내 마음이다.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소 년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무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또 다른 고향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는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속에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 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편 지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긴 긴 잠 못 이루는 밤이 오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간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우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려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사랑스런  추억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조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 동경(東京)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까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내일은 없다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아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 동무여!
내일은 없나니.



 공 상 

공상...
내 마음의 탑
나는 말없이 이 탑을 쌓고 있다.
명예와 허영의 천공에다
무너질 줄 모르고
한 층 두 층 높이 쌓는다.

무한한 나의 공상
그것은 내 마음의 바다
나는 두 팔을 펼쳐서
나의 바다에서
자유로이 혜엄친다.
황금 지욕(知慾)의 수평선을 향하여.

 
거짓부리

똑 똑 똑 문 좀 열어주세요
하루밤 자고 갑시다.
밤은 깊고 날은 추운데거 누굴까?
문 열어주고 보니
검둥이의 꼬리가 거짓부리한걸.

꼬기요 꼬기요 달걀 낳았다.
간난아 어서 집어 가거라
간난이 뛰어가 보니 달걀은 무슨 달걀
고놈의 암탉이 대낮에 새빨간 거짓부리한걸.


병원病院


살구나무 그늘로 얼골을 가리고,
病院뒤뜰에 누어,
젊은 女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日光浴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女子를 찾어 오는 이,
나비 한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어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病을 모른다.
나한테는 病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試鍊
이 지나친 疲勞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

女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花壇에서 金盞花 한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病室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女子의 健康이ㅡ
아니 내 健康도
速히 回復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었든 자리에 누어본다.


새벽이 올때까지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오.

다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흰 옷을 입히시오.

그리고 한 침대에
가즈런히 잠을 재우시오

다들 울거들랑
젖을 먹이시오

이제 새벽이 오면
나팔소리 들려 올 게외다..


삶과 죽음

삶은 오늘도 죽음의 서곡을 노래하였다.
아 노래가 언제나 끝나랴

세상 사람은 뼈를 녹여내는 듯한
삶의 노래에 춤을 춘다
사람들은 해가 넘어가기 전 이 노래 끝의
공포를 생각할 사이가 없었다.

하늘 복판에 알새기듯이
이 노래를 부른 자가 누구뇨

그리고 소낙비 그친 뒤 같이도
이 노래를 그친 자가 누구뇨
죽고 뼈만 남은 죽음의 승리자 위인들.

 

 

윤동주尹東柱, 1917년 12월 30일 ~ 1945년 2월 16일)는 대한민국독립운동가, 시인이다. 아호는 해환(海煥), 본관은 파평(坡平)이다.


 

『마당』지 원고 ‘졸업논문(장웅상 교수 편) ’을 편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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