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坐不安席인 날

수로보니게 여인 2010. 1. 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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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04일   
 

坐不安席인 날

 


“지금까지 여덟 시간 반 동안 계속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방금 TV MBC 뉴스에서 전해준 어느 기자의 말이다.


화면을 통해서 보는 지역마다 지금도 눈이 펄펄 내리고 있고,

항공기 결항 소식에

서울을 비롯한 온 지역이 ‘대설경보’ 내지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져 있다는 소식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일은 기온마저 뚝 떨어져 영하의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 뉴스가 나를 坐不安席이게 한다.

눈이 온다는 사실이 이처럼 나를 황망하게 하는 까닭은

나의 할 일, 즉 녹즙을 고객에게 전해주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근면이 특기이고 성실이 취미인 나일지라도…….



날씨, 특히 눈 오는 일이 오늘처럼 坐不安席인 때는 내 기억 틈 어디에도 없다. 

눈이 오는 날 그저 뉴스를 통해 보는 여러 가지 피해나,

피해를 당한 이들을 보며 안타까운 척 혀 몇 번 쯧쯧 차는 것이 나의 고작이었다.


내 하는 일이 눈이 오면 밖을 안 나가면 그만이고,

혹여 고객과의 약속이 있는 날엔

날씨를 핑계 삼으면 나의 이웃은 다 용서를 했던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삶이 20여년의 세월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아니 정확하게는 몇 달 전부터 날씨에 엄청스레 민감해졌다.

나의 하는 일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까닭이다.

그래도 비오는 날씨는 조금 불편할 뿐

발을 묶어 놓지는 않았었는데…….



지난해 11월 말 

나의 희 노 애 락이 공존하던 공간 ‘토탈 홈플러스’를 정리했다.

온 동리사람들과

고객이라는 관계보다는 따듯한 이웃으로 정을 나누던 그곳!


나의 세월이

땀이

마음이 

그들의 정과 고스란히 혼재 하던 곳

그네들의 정을 잘라내는 것 같아

사년을 두고 고민하던 나의 ‘러브하우스’를 정리한 것이다.

공부를 할 料量으로

아니, 푸른 계절에 피워보지 못한 꿈이라는 꽃을 피워보겠다는 일념으로

20여년의 세월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그리고 약 4개월 

두문불출했다.



그러다

사람을 만나려

사람들의 살 내음을 맡으려

생명의 鼓動 소리를 들으려

일을 시작했다, ‘녹즙배달’이란 일을 

것도 공부에 좋은 경험이 되겠기에.

 

 

사람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우리의 의식 속에 그림자처럼 깔려있는 ‘下級職’ 배달,

풀무원에서는 ‘morning staff’이라고 命名한단다.

호칭이 외래어이면 上級職이 되나

대하는 이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할 터

 


이일을 하려

어둠이 채 벗어나지 못한 일곱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섰다.

서행이긴 하지만 자동차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 여기며

기어서 기어서 용인 ~~요양소 언덕 밑까지 두 시간에 걸쳐 간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가 못 올라가겠다며 제자리걸음을 한다.

앞차가 흘러내리기라도 할까 안간힘을 다해 차를 길섶으로 대놓고 내려보니

처음도 끝도 어딘지 모를 만큼 길게 늘어선 자동차의 행렬

그래도 올라가보겠다고 헛바퀴 돌리는 차 꽁무니를 밀고 있는 푸시맨들  

아직도 펄펄 내리는 눈 

자동차가 앙탈을 부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형 버스도, 사륜구동자동차도 못 올라가는 길을 제보고 올라가라했으니.

 

그리곤 얼마간의 시간

     .

     .

     .

돌아올 수도 진행할 수도 없는 자리에서

고객 100여분에게 문자를 띄웠다.

‘안녕하세요, 풀무원 녹즙 배달하는 사람입니다.

눈길에 자동차운행이 불가하여 도저히 배달을 할 수가 없네요’라고.

 

그리고는 자동차는 갓길에 팽개치고 2Km정도를 걸어서 돌아왔다.

오다가 돌아보니

빠르지 않은 내 걸음이 버스를 앞서 걷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다섯 시간


아직도 내리는 눈

폭설

대설경보 

제설작업 역부족  

기상 관측이래 최대 적설량……


이런 소식들이 나를 坐不安席이게 한다.


내일은 어쩌나

다시 한파가 온다는

모래는 또…… 

쉽게 생각했던 갈래 다른 삶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걸 절감하는 하루이다.

                                                                    - 2010. 01. 04. 16: 15

 

하세요 풀무원입니다 
      눈길에 자동차운행이 불가하여 도저히 배달을 할 수가 없네요’

 
      사실은 이것이 고객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다. 
      좌불안석이던 마음이, 점도 문맥도 다 켜버렸던 것이다.

      그로인해 졸지에 내가 풀무원이 돼버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