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ШёlСомЁοο /´˝˚³οο골방 글쓰기

개념 재규정/ 막장은 희망

수로보니게 여인 2009. 12. 14. 21:04

 

제목 12/14(월)[성공으로가요]+[성공글쓰기]                                                작성자 성공시대 관리자
 

지난 시간 내용을 잠시 복습하죠.
똑같은 의미를 지닌 두 표현이 있다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걸 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화재 발생시에는’이라고 쓰지 말고 ‘불이 나면’이라고 쓰라고 했지요.


글을 읽는 데 투여하는 노력을 100이란 수치를 기준으로 따져본다면,
1번 표현에는 4정도에 해당하는 노력이 필요한 반면,
2번 표현에는 그보다 약간 낮은 3정도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둘다 쉬운 표현이므로 3과 4 사이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글 전체를 놓고 보면 이 차이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30과 40의 차이가 생기거나, 60과 80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죠.
<문 토기>란 말하고 <빗살무늬 토기>의 차이는 어느 정도 될까요.
10과 5 정도는 될 거예요.


독자 누구나 독서 한계 능력이란 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마다 한계점은 다르지만 누구든 100에 근접하면 책을 덮습니다.
100에 도달하면 책을 던져버립니다. 저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독자가 아예 80 근처까지에도 도달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배려하는 겁니다.
부단한 노고가 필요합니다. ‘오캄의 면도날’ 기억하죠


똑같은 개념을 설명하는 데 여러 방법이 있다면,
그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쉬운 방법이 가장 좋다는 거죠.


오늘 공부할 내용은 글감 찾는 방법에 관해 공부합니다.


글감은 거창하지 않을수록, 즉 가장 사소할수록 오히려 좋아요.
아주 구체적일수록 보편성을 잘 드러내거든요.


예를 들어, 저자가 블로그에 대한민국 직장상사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고 해 보죠. 굉장히 보편적이잖아요.
대한민국 직장상사. 그렇지만 이렇게 보편적으로 접근하면
독자의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그냥 그저그런 이야기로 듣기 십상이죠.


그런데 저자가 자신을 괴롭히는 이상용 부장에 관해
구체적으로 쓴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독자는 이상용 부장이 아닌 자신의 상사를 떠올립니다.
구체적으로 썼기에 독자의 공감을 얻게 되는 거지요.


미즈누마 마수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물의 정원 사토야마>를 구해 보세요.
이 영화는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사는 일본 시골 마을 사토야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의사들이 복강경 수술할 때 쓰는 렌즈를 사용해 작은 수중동물의 모습을 촬영했다고 합니다.
두꺼비 눈망울에 불꽃 놀이가 펼쳐지는 장면과 풀잎 위에 맺힌 이슬에 어부 상고로 할아버지의 모습이 비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연출자의 노고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 영화는 대상을 가장 치밀하고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인간 삶의 보편 가치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구체성과 보편성은 이렇게 맞닿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쓸수록 보편성은 높아지는 거지요.
예전에 말했었죠. 세상을 움직이려 하지 말고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라,
그러면 세상이 움직인다.


글감을 찾을 때도 이 원칙을 적용하세요.
<마트에서 장 보기> 이것도 글감이 될 수 있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파고드세요.
<마트에서 장 보고 나서 계산할 때 줄 잘 서는 요령>
<마트에서 장 볼 때 질 좋은 수산물을 가장 싸게 사는 시간대에 관하여>...


글감은 어떤 순서로 찾는 게 좋은가


현실성이 가장 높은 것부터 찾는 게 좋습니다.
전 이런 순서로 글감을 찾습니다.


경험 대화 미디어 독서 - 상상


앞으로 갈수록 현실성이 높습니다. 설득력도 더 세죠.

독서와 상상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는데,
독서와 상상도 글감찾기의 훌륭한 원천이지만,
여기에 의존하다보면 힘세고 설득력 높은 문장을 구사하기 어렵습니다.



기부에 관해 이야기할 때, <사회복지학 개론>을 참조하는 것보다
김장훈 씨나 정혜영/션 부부의 이야기를 참조하는 게 더 낫죠.
미디어에서 참조한 이야기보다 자기 주변의 이야기를 참조하면 더 좋고요, 자기 이야기를 하면 가장 좋겠죠.


글감을 찾고 나면 어떤 뭘 해야 하지요


글감을 찾으면 거기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야 하는데
그 작업이 바로 개념 재규정입니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게 개념 재규정이므로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고, 앞으로도 계속 말씀드릴 겁니다.



드라마 알죠. 얼굴에 점 하나 찍고 새사람 돼서 나타나
복수의 을 보여준다는…
드라마가 뜬 이후로 여기저기서 하도 , 하니까
총책임자인 석탄공사 사장께서 열받으셨죠.
석탄공사 홈피(http://www.kocoal.or.kr)에 간지가 줄줄 흐르는 문장을 남겼습니다.



의 참뜻을 아십니까 이란 말의 일차적 의미는 광산, 특히 석탄광에서 제일 안쪽에 있는 지하의 끝부분을 말합니다. (...) 의 근무환경은 열악합니다. 어둡고 꽉 막혀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결코 막다른 곳이 아닙니다. 계속 전진해야 하는 희망의 상징입니다.”


-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 "은 희망입니다"



이분, 글쓰기 원리를 잘 알고 계십니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의 공통 특징 중 가장 뚜렷한 게 개념 재규정이거든요.
개념 재규정이란 상식이나 보편적 정의를 뒤집고자 하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널리 통용되는 잘못된 개념 규정을 바로잡는 것도 개념 재규정입니다.
글쓰기는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상식 비틀기, 기존 개념 뒤집기.




오늘의 열린 표현


“오늘 전철역에서 싸이코를 만났다.” 이 문장 어때요, 별로 유쾌하지 않죠. 닫힌 표현이라 그렇습니다.
구체적 장면이 떠오르지 않죠. 저자가 알아서 싸이코라고 단정지으면 독자는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어요.
그런가부다, 그냥 지나가죠. 열린 표현으로 바꿔볼게요.


“오늘 3호선 종로3가역에서 파란색 스판 바지 위에 빨간색 빤쓰를 입은 중년 남자를 보았다.”


저자가 정황을 펼쳐 놓으면 독자는 스스로 그 장면을 떠올립니다.
슈퍼맨 흉내 내나, 왜 옷을 그 따구로 입었을꼬, 정신 나간 거 아냐
이렇게요. 저자가 독자더러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보여줄 뿐입니다.
그러면 이제 저자의 생각(싸이코)과 독자의 생각(정신 나간 놈)이 겹칩니다.
이것을 공감(sympathy)이라고 부르며,
우리가 글쓰기에서 목표로 는 바도 이겁니다.


금지된 장난 로망스-Alexandre Lago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