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사회 핫뉴스

[사설] 한심한 남(南)

수로보니게 여인 2009. 9. 9. 18:19

 [사설] 한심한 남(南)

입력 : 2009.09.08 22:08 / 수정 : 2009.09.08 23:15


 

임진강변 야영객 사망·실종 사고를 되짚어 보면 우리 공무원과 공기업, 군부대 수준이 정말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절망감까지 느끼게 된다. 우선 황당한 것은 임진강의 수위 측정·전송장치가 하필 그때 고장 났다는 점이다. 연천군 필승교에 설치된 이 장치는 수위가 3m를 넘으면 그 정보를 임진강변을 따라 설치된 무인경보장치로 전송해 사이렌을 울리게 한다. 공교롭게도 이 설비의 RTU라는 정보전송 장치가 5일 밤 10시52분부터 먹통이 됐다. 필승교 수위는 줄곧 2.3m였다가 6일 오전 2시10분부터 오르기 시작해 오전 3시에 3m를 돌파했다.

연천군 상황실엔 임진강 수위를 수치로 표시해주는 레이더 수위계와 임진강 세 곳의 강물 상황을 CCTV로 찍어 보내주는 영상 전달장치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당직 근무자 4명은 무얼 하고 있었는지 아무도 그걸 보고 있지 않았다.

필승교 초소 근무 사병이 수위 변화를 상부에 보고한 것은 오전 2시50분이었다. 이 정보는 단계를 밟아 합참까지 전파됐다. 그러나 군부대는 수자원공사·연천군청·소방서·경찰서엔 통보해주질 않았다. 임진강 하류에서 훈련 중이던 인접 사단 전차부대에도 알려주지 않았다. 전차부대는 오전 5시15분쯤 초병이 강물 불어나는 것을 보고서야 대피를 시작했고 그 바람에 전차 한대가 물에 잠겼다.

야영객들이 소방서에 전화한 것이 오전 5시15분이었고 경찰·연천군·수자원공사는 5시24분6시10분에 사태를 알게 됐다고 한다. 수자원공사가 경보장치 관리업체에 연락해 사이렌 경보를 발령한 것은 7시20분이 돼서였다. 야영객들이 강물에 휩쓸린 지 2시간30분 이상 지나고 나서다.

임진강 중·하류 연천·문산·동두천 일대는 상습 수해지역이다. 1996·98·99년 연이어 물난리가 나서 230명이 죽었고 1조6000억원의 피해를 봤다. 게다가 북한이 2000년대 들어 황강댐을 짓기 시작해 작년 4월부터 물을 담기 시작했다. 황강댐이 수공(水攻)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2002년부터 나왔다. 공사 중에도 북한은 아무 통보 없이 수문을 열곤 해서 임진강 하류 어민들이 수시로 피해를 입었다. 2006년 9월 휴전선 아래쪽에 군남홍수조절댐을 짓기 시작한 것도 북한의 무단방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남북 대결이 계속되는 상황에선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계획을 세우고, 대비하고, 근무해야 한다. 이번에 북한이 방류한 수량이 4000만t이라고 한다. 황강댐 저수량은 3억4억t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4000만t이 아니라 3억t의 물을 한꺼번에 쏟아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겠는가. 군남댐이 내년에 완공된다 해도 저수량이 7160만t밖에 안 된다고 하니 아마 임진강 중·하류 일대에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을 게 틀림없다.

임진강 주민들은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수자원공사·군인·공무원들의 대응태세를 보면서 등줄기에 서늘한 기운을 느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