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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광장)만 보지 말고 소프트웨어(콘텐츠)를 보세요"/ 오세훈

수로보니게 여인 2009. 8. 28. 20:13

[이코노미플러스] "하드웨어(광장)만 보지 말고 소프트웨어(콘텐츠)를 보세요"

  • 이코노미플러스=이창희 기자 twin92@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9.08.28 14:54 / 수정 : 2009.08.28 15:22

    오세훈 서울시장 인터뷰
    <이 기사는 이코노미플러스 9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오세훈(49) 서울시장의 공약사항들이 하나둘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한강르네상스’에 이은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가 구체적인 모양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 시장은 이 같은 하드웨어들을 자신의 이미지에 결부시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하는 쪽에 가깝다. ‘시민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는 것을 오 시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광화문광장이라는 하드웨어에 담긴 오 시장의 소프트웨어를 알아봤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다산콜센터 신규상담원들에게 교육 도중 큰절을 한 것이 화제가 됐다. 오 시장은 상담원들이 시민들에 대한 통화 도중 울화가 치밀 때마다 ‘성심성의껏 고객감동을 지향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자신의 큰절을 생각해 달라는 뜻이라고 했다. 오 시장이 이런 주문을 한 것은 ‘소프트웨어(고객 마인드)가 좋아야 하드웨어(시정)가 빛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역사물길에 대해 설명하는 오 시장.

    오 시장은 민선 4기 출범 후 ‘시민고객’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나섰다. 즉,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시민은 ‘세금을 선불로 낸 고객’인 만큼 모든 시정은 ‘고객 마인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 시장은 이번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면서 하드웨어보다 이를 꽃피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일례로 단순히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으로서의 기능보다 광장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 및 문화를 세계에 각인시키는 랜드마크 쪽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야 단순한 것에 금세 식상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도 지속적으로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월20일 오 시장을 서울시 본청 시장실에서 만났다.  

    광화문광장의 의의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광화문광장의 의의는 한마디로 말해서 역사적 정체성을 되찾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제가 취임 전에 공약단계에서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4대축을 임기 중에 다 시동을 걸거나 완성하겠다는 것이었죠. 여기엔 우리의 역사적 정체성을 찾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과, 도심에 사람을 끌어 모으겠다는 전략이 있었던 겁니다. 이에 강남보다 낙후돼 있는 강북을 살리기 위해 스페이스 마케팅 방법을 구사했습니다. 그 중에서 제1축 사업만큼은 역사적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였어요. 



    하지만 광화문광장 사업은 아직 절반의 완성입니다. 절반을 보고 많은 분들이 방문하고 평가하고 계시는데, 사실 10월9일(한글날)이 되어야 4분의 3 정도가 완성됩니다.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는 세종대왕 동상이 아직 안치가 안 돼 있기 때문에 뭔가 모호함을 느끼실 겁니다.

    서울시는 2006년 도심 활성화를 위한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로 도심의 주요거점과 명소를 중심으로 연계되는 4대축을 설정했다. 이 모두 남산이 종착지이자 출발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관련기사 80쪽 참조)

    벤치마킹한 해외 광장들은 어디입니까.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몰,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체코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 등 한 나라를 대표하는 광장들이 가진 매력적인 요소들을 꼼꼼히 점검했습니다. 이들 광장은 하나의 큰 공통점을 갖고 있었는데, 바로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광화문광장 역시 역사와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콘셉트를 잡았고, 동시에 다른 도시가 부러워하는 600년 역사에서 비롯된 풍부한 문화자본을 바탕으로 세계의 광장들과 차별되는 광화문광장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광화문광장을 완성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시다시피 서울시의 교통정책은 계속해서 차량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기능과 효용 중심에서 문화와 예술 역사 중심으로 바뀌어 가는 이른바 ‘소프트 시티’를 지향하는 것이에요. 이의 가장 상징적인 사업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인 거죠. 때문에 여기에 조금이라도 저항이 생긴다면,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에 상당히 긴장했었죠. 그렇다고 (이 사업이) 어느 날 갑자기 나온 아이디어나 공약이 아니라 서울시가 15~20년 전에 구상했던 겁니다. 역대 시장들이 과감하게 손을 대지 못해 미뤄졌던 것인데, 그것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왜 고민이 없었겠습니까?

    또 한 가지는 세종대왕 동상이 지금은 광화문광장의 대표 내용물이 됐지만, 설계 단계 때까지만 하더라도 시청 내에서 조차 광장 중심에 안치되는 것에 대해 자신 없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결국 시장이 결단해 (세종대왕 동상을) 안치하게 된 겁니다.

    이런 구상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때 뭐라고 하시던가요.

    이 프로젝트는 이미 제가 공약했던 것입니다. 착공하기 한 달 전인 작년 4월 (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드렸죠. 하지만 이미 다 알고 계셨어요. 전임 시장님들이 모두 ‘카드’로 만지작거리다가 포기한 사업이었거든요. 보고를 했더니 대통령께서 “정말 큰 결심했다. 기왕 결심을 했으면 국민들이 모두 즐거워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광화문광장의 주요 장소는 직접 이름까지 지을 정도로 애착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2011년 11월, 광화문이 완성되면 외신기자들이 보도하는 장소가 정형화 될 겁니다. 광화문광장의 플라워카펫과 세종대왕 동상, 뒤편에 광화문이 보이고 그 뒤의 북악산 배경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공간이 될 거예요.

    그래서 이름이 굉장히 중요해요. 제가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있는 분수의 이름을 ‘12·23’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제가 직접 난중일기를 비롯해 관련문헌을 밤새도록 찾아서 붙인 겁니다. 예컨대 해외 리포터들이 “지금까지 광화문광장의 ‘12·23’분수 앞이었습니다”라는 멘트를 하면 왜 ‘12·23’인지 자연스럽게 몇 줄의 설명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23전23승 한 스토리가 나오겠죠. 스토리텔링은 네이밍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 짓기에 신경을 쓰는 것이죠.

    최근 브랜드 네이밍을 할 때 기업들은 언론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곤 한다. 의미가 좋더라도 발음이 어려우면 회자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언론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긴 했지만 ‘12·23’분수를 ‘충무공’분수 등 너무 평범한 것들을 아이디어로 제안해실망스러울 때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대로에 인접한 만큼 안전장치에 대한 지적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완해 나갈 계획입니까?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안전관리에 대해 지시하고 검토하면서 빈틈없이 처리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 막상 개장해보니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점들이 나타나 지금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해가고 있습니다. 먼저 기존에 30명이었던 안전요원을 100명으로 대폭 확대 배치해 ‘역사물길’ 수로와 차도 사이의 안전사고 등을 방지하도록 했습니다. 또 차도와 광장을 분리하는 방안으로 당장 안전펜스를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사실 안전펜스가 있으면 심리적으로 운전자들이 과속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우선 임시 안전조치로, 직사각형 모양의 화강암 670개로 광장 3면에 울타리를 쳐서 차량이 광장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해놨고, 9월까지는 여기서 한 단계 개선된 대책으로 안전성은 기본이고, 시민 편의, 미관, 운전자 안전까지 고려한 화분형 석재안전방호 울타리를 설치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차량들이 저속으로 운행할 수 있는 교통여건을 만드는 것만큼 좋은 해결책이 없다고 봅니다.

    일각에서 광화문광장 사용허가 기준이 엄격해 집회·시위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이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광화문광장은 우리의 역사성, 정체성, 자부심 등 이런 것을 디자인하려고 노력했어요. 아마 이점에 대한 평가는 6개월~1년 동안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거쳐서 정착되리라고 봅니다.

    시위나 집회에 관해서는 집시법에 의해 이 공간은 절대시위금지구역입니다. 집시법 11조를 보면 절대시위금지구역으로 되어 있어요. 외국 공관이나 시설물 반경 100m 안에는 시위가 금지돼요. 아시다시피 인근에 미국대사관 등 서너 군데가 있어요. 광화문광장의 전체가 이 구역에 해당될 것입니다.

    성급한 질문일는지 모르지만 광화문광장의 개발에 따른 인근 지역의 개발 이익에 대한 환수 얘기도 나올법한데요.

    광화문광장 개장으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주말마다 공동화 현상을 나타내던 이 일대가 새롭게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은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의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앞으로 광화문광장이 확실한 정체성을 찾고, 또 나머지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 사업들이 진전되어 가다보면, 그 효과는 단순히 일정 지역이나 도심으로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서울 전역에 영향력을 미치게 될 거라고 봅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이 지역에 대한 어떠한 조치를 생각하기보다는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 전역이 겪게 될 변화와 또 광화문광장이 갖춰나갈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고려해 가면서 도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이익 환수라든지 하는 다양한 조치를 결정해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오세훈식 하드웨어가 없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광화문광장은 곧 시장님의 대표적인 하드웨어가 될 수 있음에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특별한 이유는 뭡니까.
    제가 인터뷰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당신의 청계천은 무엇이냐”는 것이에요. 사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의도로 그런 질문을 하고,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알면서도 이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이번에 개장한 ‘광화문광장’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시민들이 하드웨어 프로젝트의 경우 완공된 모습을 보고, 직접 그 공간을 즐기다보면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의미가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와 관련, 지하도로를 중점 활용하는 방안도 발표했죠.
    간단히 말해 긴급한 차량을 지하로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지상의 교통량이 21% 줄게 됩니다.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는 거죠. 이 경우 지상의 도로를 다이어트해서 자전거도로와 녹지공간을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소통이 원활해져서 지상을 이용하는 일반 차량에게도 수혜가 돌아갑니다. 이런 취지로 동서 3개 축, 남북 3개 축을 격자형으로 잇는 지하도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대서 서울과 수도권을 30분 이내로 연결하겠다고 발표한 경기도의 ‘대심도 광역급행철도’와는 전혀 무관한 일입니다. 지하라는 것만 같을 뿐 차원과 내용, 태생이 다릅니다.

    서울시는 8월 초 도심 지하 40~60m를 지나는 총연장 149㎞의 도로망을 건설하기로 했다. 동서 3개 축, 남북 3개 축을 격자형으로 잇는 지하도로를 내년에 설계에 들어가 2020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금융 중심지인 런던은 샐러리맨들이 많아 도심지 교통 혼잡료를 ‘세게’ 받더라도 저항이 덜하지만 서울은 자영업자 비율이 높아 무리가 따른다”며 “이의 대안으로 비싼 통행료를 지불하더라도 시간 단축을 원하는 차량들이 지하도로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에 다산콜센터 신규 상담원들에 대한 교육장에서 큰절을 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텔레마케팅은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은 직종이에요. 얼마 전에 방송보도를 보니까 텔레마케터들은 연령대가 20~30대 초반으로 직업 이직률이 높고, 처우도 열악하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폭력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더욱이 이들은 서울시 직원이 아닌 아웃소싱 형태로 근무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말 한마디는 서울시정을 가늠하게 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이 직업적인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에게 교육도중 큰절하는 오 시장.

    특히 이번에 25개 자치구들을 통합해서 운영하려다보니 텔러마케터들을 100명에서 500명으로 늘리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신규직원이 많이 들어와 제가 강연 차 갔던 겁니다. 그런데 서울시의 비전체계에 대한 설명 도중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이 사람들 머릿속에 남을 뭔가 상징적인 모습이 필요했습니다. (이들이) 힘들고, 짜증날 때도 끝까지 참고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극한 상황이 하루에도 여러 번 닥칠 텐데 그런 상황에서 떠올릴 수 있는 하나의 장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그래서 강연 도중에 “날 생각하고 참아라. 힘들 때 이 장면을 기억해라. 그러면 좀 더 쉽게 인내할 수 있고 좀 더 친절할 수 있을 거다”하고 큰절을 한 것이죠.

    오 시장은 텔레마케터들이 100명 정도였을 때 이들을 본청 사무실에 입주토록 했다고 한다. 당시 서울시는 신청사를 건설 중이어서 각 부서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때였다. 그럼에도 이들을 제쳐놓고 텔레마케터들에게 본청을 내준 것이다. 오 시장은 이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 줄 것을 요구하는 무언의 상징적인 메시지였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번에 500명으로 늘어나서 신설동에 별도의 건물을 마련해 내보냈다. 서울 본청을 벗어났어도 이들에 대한 오 시장의 애정은 아직도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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