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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리더스 다이제스트

수로보니게 여인 2009. 8. 20. 19:27

 

[만물상] 리더스 다이제스트

  • 김태익 논설위원 tikim@chosun.com 입력 : 2009.08.19 22:37 / 수정 : 2009.08.19 23:05
"대도시엔 왜 일방통행 도로가 많을까? 뒤늦게 출근하는 공무원들이 일찍 퇴근하는 공무원들과 충돌하지 않게 하려고." "변호사와 함께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식사하던 의사가 말했다. '골치 아파 죽겠어. 골프장 회원들이 온갖 건강 관련 질문을 해댄단 말이야.' 변호사가 대꾸했다. '청구서를 보내면 되지 않나?' 이틀 뒤 의사는 변호사가 보낸 청구서를 받았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식 유머'라는 말이 있다. 88년 전통의 미국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 '웃음은 명약'에 실리는 유머의 격과 분위기를 일컫는 말이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식 글쓰기'라는 말도 있다. 독자를 뭉클하게 하는 이야기를 침대나 욕조에서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편하게 쓴다는 것이다. 이 잡지가 '20세기 최고 수필'로 꼽은 헬렌 켈러의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 그런 예다. "새벽에 일어나 밤이 낮으로 변하는 기적의 시간을 지켜보겠습니다…." 건강한 사람에겐 아무렇지 않은 일상사가 실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시각장애인 입을 통해 말하는 것이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1922년 뉴욕에서 드윗 윌리스 부부가 창간했다. 메모하는 버릇이 있던 그는 1차대전에서 부상해 입원해 있는 동안 수많은 잡지를 읽으며 기사를 본뜻이 어긋나지 않게 압축하는 연습을 했다. 제대 후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자 아내와 함께 잡지나 단행본 가운데 흥미있고 유익한 내용을 요약·소개하는 잡지를 만들기로 했다.

'독자가 기사 주제를 자기 문제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몇년 뒤에도 읽을 가치가 있어야 한다, 밝고 건설적이어야 한다.' 훗날 리더스 다이제스트 CEO를 지낸 제리 돌은 이 잡지의 주(主) 독자층을 "예일대 나오고 플레이보이지에서 편집기술을 익힌 나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경제의 중심부를 차지한 사람들이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인간승리 휴먼 스토리에 열광했다. 지금은 전 세계 19개 언어로 매달 2500만부 넘게 발간되고 있다.

▶영문판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발행하는 미국 리더스다이제스트사 사장이 엊그제 "미국 사업에 대해 파산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년 광고수익이 25% 넘게 떨어지는 등 운영난이 심각했다고 한다. 뜻 모를 웃음과 억지 감동이 판치는 시대, 평범한 사람들의 잔잔한 이야기가 주는 뭉클함을 접할 기회가 사라질까 걱정된다. 시대는 변한다지만 사랑 용기 희망 인내 등 인간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발신(發信)하려는 노력은 누군가에 의해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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