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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검찰총장의 파격

수로보니게 여인 2009. 8. 22. 23:24

 

[만물상] 새 검찰총장의 파격

  • 김홍진 논설위원 mailer@chosun.com 입력 : 2009.08.21 22:14 / 수정 : 2009.08.21 23:30
 
검찰 총수의 호칭이 '검찰청장'이 아니라 '검찰총장'인 것은 각자 독립기관인 검사들의 업무를 '총괄'해 책임지기 때문이다. 대학 총장이나 유엔 사무총장처럼 '청장'보다 권위도 있어 보이고, 무소불위 검찰권을 거머쥔 총수답게 무게감도 더 있다. 사실 검찰총장 자리가 검찰청보다 먼저 생겼다. 검찰청은 1948년까지 대법원 산하 검찰국이었고 그 수장(首長)이 검찰총장이었다. 일본은 '검사총장'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해방 후 검찰총장으로 바꿨다.

▶초대 검찰총장 권승렬이 1949년 임영신 상공장관 독직사건을 법대로 처리하자 이승만 대통령이 불러 물었다. "자네는 법이 시키면 밥도 안 먹을 텐가?" 권승렬은 "예, 법에 밥 먹지 말라는 조항이 있으면 먹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승만은 1950년엔 2대 총장 김익진이 정치적 수사를 거부하자 서울고검장으로 강등시키고 서울고검장 서상권을 총장에 앉혔다. 김익진은 사표를 내지 않고 버텼다. 총장 강등 인사가 무효라는 소송을 냈던 서울지검장 이태희는 나중에 8대 총장이 됐다.

▶권력에 맞서는 검찰총장은 그 후론 보기 어려워졌다. 1961년 정권을 잡은 박정희 소장은 육군법무관실 감찰과장 장순영 대령을 9대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1963년에는 박정희 사단장의 법무참모였던 36세 신직수 변호사가 일약 검찰총장에 발탁됐다. 5공 시절인 1981년에도 정치근 부산지검장이 여러 단계를 건너뛰고 총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검찰 원로들도 "역대 검찰총장 중 누구를 가장 존경하느냐"는 질문에 선뜻 사람을 꼽지 못한다. 작년에 작고한 김원치 전 대검 형사부장은 저서 '법과 인생'에서 후배 검사들에게 "자신감이 넘칠 때는 김석휘 전 총장의 순리와 겸허한 자세를, 자신감이 없으면 김기춘 전 총장의 팽팽한 긴장감을 배우라"고 권했다. 김석휘·김기춘 총장에 대해선 "그 시대에 충실했던 총장이었다"는 평가도 없지는 않다.

▶두 달여 초유의 검찰총장 공백사태 끝에 그제 취임한 김준규 총장이 첫날부터 밤늦도록 업무보고를 받으며 격식을 깼다. 취임식도 다과회로 하려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로 취소했다. 검찰 안팎에선 그의 튀는 스타일과 짧은 수사 경험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하드웨어만 바꿔선 소용없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발상의 전환이 검찰 개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작지 않다. 다만 권력에 맞선 선배 총장들처럼 원칙만은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