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조용헌 살롱

형제(兄弟)

수로보니게 여인 2009. 8. 12. 20:48

 

[조용헌 살롱] [695] 형제(兄弟)

입력 : 2009.08.09 21:43 / 수정 : 2009.08.12 09:59


금호그룹의 '형제의 난(亂)'을 보면서 돈과 형제는 어떤 함수 관계인지, 그리고 권력과 형제의 관계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육친(肉親)의 관계를 다루는 명리학(命理學)에서는 형제를 '비견(比肩)'과 '겁재(劫財)'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비견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업자'라는 뜻을 담고 있고, 겁재는 '재물을 겁탈하다'라는 뜻이다.

자신이 허약한 상황에서 비견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이때는 형제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가냘픈 나뭇가지 한 개는 부러뜨리기 쉽지만, 여러 개를 한데 묶어 놓으면 부러뜨리기 어려운 이치와 같다. 반대로 자신이 강한 상황에서는 형제라는 것이 겁재로 작용한다. 자기의 재물을 겁탈해 가는 존재가 바로 형제라는 말이다. 이때의 겁재는 원수가 된다.

가난한 집 형제는 '비견'이 많지만, 돈 많은 집의 형제는 '겁재'가 많다는 사실이 현대·한진·두산을 이어 금호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수천 년의 전통을 지닌 명리학에서 형제를 '겁재'라는 용어로 표현했다는 것은 과거에도 역시 돈을 앞에 두고 형제끼리 다퉈왔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권력과 형제는 어떤 관계인가. 왕권을 세습하던 왕조시대에는 왕자끼리는 잠재적 라이벌 관계였다. 신라나 고려시대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장남 이외의 차남이나 삼남을 산으로 출가시켜 승려로 만드는 전통이 있었다. 중국 사천성에서 활동했던 선승(禪僧)인 무상(無相·680~756)은 신라의 왕자 출신이었고, 고려의 대각국사 의천(義天)도 역시 왕자 출신이었다. 승려가 되는 전통이 끊어진 조선시대에는 왕자들끼리 많은 혈투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세습이 아닌 민주적 투표로 대통령을 뽑는 시대가 도래 하면서 대통령의 형제는 겁재가 아니라 '동업자(同業者)' 비견으로 바뀌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이 여기에 해당된다. 형제 사이에 사적인 우애는 있었지만 그 우애의 공적인 결과는 좋지 않게 끝났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형인 이상득도 동업자 비견의 관계이다. 이 비견 관계는 아직 진행 중인데, 그 귀추가 주목된다. 요즘 시대에도 권력자의 형제 관계에 예외는 있다. 북한 김정일의 아들들이다. 이들은 겁재의 관계이다. 권력을 세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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