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조용헌 살롱

아파트 다실(茶室)

수로보니게 여인 2009. 7. 20. 20:02

 

[조용헌 살롱] 아파트 다실(茶室)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입력 : 2009.07.19 22:00 

 

앞으로 집을 짓게 된다면 세 가지 시설을 꼭 갖추고 싶다. 바로 중정(中庭), 구들장, 다실(茶室)이다. 중정은 실내에 있는 조그만 정원 또는 연못을 가리킨다. 가로 4m, 세로 4m 크기의 네모진 연못을 만들어놓고, 바닥에 진흙과 모래를 섞으면 수초와 미꾸라지가 살 수 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실내에서 이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별미이리라!

구들장은 왜 필요한가? 등짝을 지지기 위해서이다. 긴장이 축적되면 등 쪽의 근육과 신경이 위축된다. 뭉친 근육을 푸는 데에는 쩔쩔 끓는 조선의 구들장이 최고이다. 별도로 마사지 전문가를 찾아갈 일이 아니라 집 안에서 누워 있으면 자연히 문제가 해결되도록 해주는 장치가 구들장이다.

그다음에는 다실(茶室)이다. 차를 마시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차는 '슬로 푸드'에 속한다.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이를 다호(茶壺)에 따르고, 뜨거운 다호에서 우려진 향기로운 찻잎의 냄새를 코로 맡고, 혀로 맛본다. 주전자에서 물을 끓이는 소리를 듣는 그 자체도 즐겁다. 물소리는 좋은 소리이다. 다호에 배어 있는 차향을 맡으면 마음이 안심이 된다.

그리고 이런 차를 너덧 명이 앉아서 같이 즐긴다.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좋은 차 2~3종류가 있으면 대여섯 시간도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차가 아니라면 어떻게 대여섯 시간을 너덧 명이 같이 앉아 있을 수 있겠는가. 대여섯 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두 시간만 차를 마시고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차를 우리고, 따르고, 건네주고, 마시는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근심 걱정이 줄어든다.

이런 다실은 2~3평 공간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아파트에도 궁합이 맞는 것이 다실이다. 다실을 만들려면 소파, 장롱, 대형 벽걸이 TV, 침대 같은 가구들을 치워야 한다. 집 안에 공간적 여백을 만들어야 한다. 다실에는 화로, 찻상(茶床), 향(香), 꽃이 필요하다. 군더더기가 없고 절제된 다실을 최고로 친다.

부산에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홀로 묵묵하게 다법(茶法)을 연구해온 고명(古茗) 강수길(姜洙吉·59) 선생의 영향을 받은 제자들은 아파트에 절제된 다실들을 만들어 놓았다. 그 가운데 사업을 하는 조효선(58)씨의 아파트 다실이 인상적이었다. 이 집에서 경험한 '접빈다례(接賓茶禮)'는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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