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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송하원 교수의 '마지막 강의'

수로보니게 여인 2009. 8. 12. 20:27

 

 

[만물상] 송하원 교수의 '마지막 강의'

김동섭 논설위원 dskim@chosun.com

입력 : 2009.08.11 23:20 / 수정 : 2009.08.12 01:34

 

 

"내 간(肝)에 종양 10개가 있고 의사들은 석 달에서 여섯 달쯤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 말을 들은 지 한 달이 지났으니 계산은 각자 알아서 하기 바랍니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마흔여섯살 카네기멜런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랜디 포시는 2007년 9월 학생과 동료 400여명 앞에서 마지막 강의를 시작했다. "내가 침울하지 않아서 실망했다면 미안하다. 죽음의 신을 골탕먹이는 방법은 오래 사는 게 아니라 잘사는 것이다."

▶포시의 밝고 유머 넘치는 '마지막 강의' 동영상은 세계 인터넷에 퍼져 500만명이 봤다. "벽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서 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는 'tell the truth(진실 말하기)'이고 세 단어를 더하면 'all the time(언제나)'이다"…. 그는 세 자녀가 커서 아버지를 기억하고 삶의 깨침을 얻게 하려고 쓴 책 '마지막 강의'가 작년 4월 29개국에서 출간된 지 석 달 뒤 가족의 품에 안겨 숨을 거뒀다.

▶지난 5월 떠난 장영희 서강대 교수는 완치된 줄 알았던 유방암이 2004년 3년 만에 척추암으로 번지자 강의를 접었다. 그러나 24차례 항암치료를 받는 힘겨운 투병 끝에 2005년 다시 강단에 섰다. 그는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넘어뜨린다"고 했다. 그는 죽기 한 달 전부터 제자들에게 일일이 희망과 격려의 이메일을 보냈다. 자기 장례식에서 심부름해줄 제자들에게 줄 수고비로 150만원을 맡겨놓기도 했다.

▶폐암 4기의 몸으로 지난 학기 마지막 강의를 마친 지 한 달 만에 떠난 송하원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얘기가 어제 조선일보에 실렸다. 그는 항암치료로 빠진 머리를 가발로 가리고 진통제로 극심한 통증을 누르면서도 휴강 한번 없이 마지막까지 밝은 모습으로 강의했다.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불러 돈을 쥐여주고 "힘들어도 꿈을 잃어선 안 된다"며 어깨를 다독여줬다. 그는 학교에 장학금 3000만원을 맡기고 지난 6일 떠나갔다.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죽음을 맞는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끝까지 죽음을 두려워하며 외면하려 든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매달리다 차분히 삶을 정리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황망 중에 죽음에게 붙잡혀 간다. 송하원 교수는 사신(死神)이 눈앞에 와 있는데도 할 일을 다하고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챙겼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 아름다운 세상과 작별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