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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同意)하지 않는 데 동의한다"

수로보니게 여인 2009. 8. 4. 00:46

 

[만물상] "동의(同意)하지 않는 데 동의한다"

박두식 논설위원 dspark@chosun.com

입력 : 2009.08.02 23:22

 

 

영어 표현 중 "동의(同意)하지 않는 데 동의한다(agree to disagree)"는 말이 있다. 이 표현이 문헌으로 남아 있는 최초의 기록은 영국 출신 성직자 존 웨슬리가 1770년 자신과 함께 활동했던 조지 화이트필드의 장례식 조사(弔辭)에서 "일부 문제에서 우리는 서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지만…"이라고 했던 대목이라고 한다. 이보다 약한 표현이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데 동의한다(agree to differ)"는 것이다.

▶이 표현엔 대화 또는 협상의 당사자들이 당장 의견의 일치를 보진 못했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의 생각을 존중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생각이 다른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 이해가 담긴 수사적 표현인 것이다. 정치·외교·노사 협상 등에서 곧잘 사용되고, 심지어 부부 싸움이 결론 없이 끝났을 때 이 말을 쓰기도 한다.

▶지난달 30일 백악관의 '맥주 서밋(beer summit)'에서도 이 말이 등장했다. 이 모임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 흑인인 게이츠 하버드 대학 교수, 백인 경찰관 크롤리 경사 등 4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각각 다른 맥주를 마셨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건 작은 악연(惡緣)이었다. 게이츠 교수는 하버드대 인근 자신의 집 문을 밀치고 들어가려다가 도둑으로 오인한 크롤리 경사에게 체포됐고, 오바마는 "경찰의 멍청한 행동"이라고 공개 비난했다. 흑인 대통령의 '거친' 발언이 경찰 조직과 백인 사회의 반발을 부르자 오바마가 공개 사과하면서 맥주 모임이 성사됐다. 이 기묘한 흑백 화해 모임을 미국 언론은 '맥주 서밋'이라고 불렀다.

▶크롤리 경사는 "매우 사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으며 (특정 현안에 대해) 서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대통령의 인사권 밖에 있는 지방 경찰공무원이라고 하지만 백악관에서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미국 대통령 문화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듯싶다.

▶'agree to disagree'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쓰일 수 있으려면 사회 전체에 '톨레랑스(관용)'가 규범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국회에서 해머·전기톱·소화기까지 동원한 난투극이 벌어지고, 도심은 죽창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노사분규 현장에 각종 사제 무기(武器)가 판치는 우리 현실에선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운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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