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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수로보니게 여인 2009. 5. 21. 14:22

 

[일사일언]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 허웅·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장 입력 : 2009.05.20 23:01
허웅·오리콤 브랜드전략 연구소장

얼마 전 모교 교수님들과의 모임에 나갔다. 처음의 어색함은 시간이 지나면서 누그러졌다. 그때 옆에 앉아 계시던 선생님 한 분이 불쑥 "좋아하는 시(詩)가 뭐예요?" 하고 말을 건네왔다. 순간 당혹스러웠지만 '내가 어떤 시를 좋아했지?' 하고 자문해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안도현 시인의 '너를 보낸다'였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단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학생 때 우연히 학교 앞 서점에서 처음 접했던 것 같다. 짧은 시지만 깊게 다가왔고 한동안 많은 상념을 품게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 시가 다시 떠올랐다. 그중 가장 도드라지는 것이 '함부로'였다. 함부로라는 말은 조심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을 말한다. 함부로 대하다, 함부로 행동하다, 함부로 생각하다….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 무서운 행위다.

함부로 했던 말과 행동은 타인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로 남길 수 있다. 나 또한 동네 가게 아저씨, 우유배달 아줌마, 노점상 할머니, 친구, 직장동료에게 함부로 대하고 있지 않았는가 반성해 본다.

5월엔 유독 '날'들이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5월에 있다. 자기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부터 함부로 대하지 말고 소중히 여기라는 '대국민 주의'가 아닌가 싶다. 싱그러운 5월엔 주변을 함부로 보지 말고 소중하고 따뜻한 자세로 다시금 둘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