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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거리 두며 더불어 살기

수로보니게 여인 2008. 9. 2. 12:15

 

[일사일언] 거리 두며 더불어 살기



<교실이데아> <하여가> 등을 통해 사회적 이슈들을 직설적인 어법으로 드러내왔으며, 실험적인 음악으로 기존의 패러다임을 끊임없이 전복했던 서태지가 돌아왔다. 《모아이(Moai)》라는 새 음반을 들고서. 서태지의 이번 음악은 시·공을 초월한 태초의 풍경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면서 삶의 원초적이고 원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시원한 느낌의 사운드를 따라가노라면 눈앞에 바다가 펼쳐지고, 바닷가에 나란히 서서 오로지 정면을 응시하는 석상들이 보인다.

'모아이'는 남태평양의 고립된 화산섬인 이스터 섬에 세워진 석상이다. 높이가 10여 미터, 최대 무게가 75톤에 달하는 이 석상들은 자신들을 만들어 낸 찬란한 문명이 꽃피고 소멸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을 것이다. 오랜 세월을 한 자리에서 묵묵히 견딘, 크고 육중한 이 석상들은 인간 존재와 닮아 있다. 
                                                                                                                             ▲ 조윤경·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HK교수
인간의 생은 끊임없이 내 안에서 타인의 모습을, 타인에게서 나의 모습을 찾는 모험으로 이뤄진다. 때로는 홀로 서야 하고 때로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이 지닌 숙명이다. 각자 나란히 서서 그러나 너무 멀지는 않게 거리를 지키면서 더불어 사는 지혜를 모아이 석상들은 깨닫게 해준다.   베이징에서 뿌려진 땀방울의 감동에서 벗어나니 물가와 환율상승, 여러 사회적 어젠다에 대한 분분한 논의들에 또다시 무거운 삶의 압박이 밀려든다. 지구를 짊어진 아틀라스는 무게보다 외로움에 힘들었을 것이다. 저마다 홀로 감내해야 하는 생이지만 이웃들과 함께라면 고독하지는 않으리라. 나란히 서서 한곳을 바라보는 모아이처럼.


  2008.09.01 23:55 조윤경·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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