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左)와 우(右)의 의미
안동의 유림사회에서 400년간 이어져 온 논란이 병호시비(屛虎是非)이다. 서애 류성용과 학봉 김성일의 위패를 어느 쪽에 모실 것이냐를 두고 양쪽 제자들 간에 벌어진 논쟁이다. 위패를 왼쪽에 모실 것이냐, 아니면 오른쪽에 모실 것이냐의 문제였다. 오른쪽보다는 왼쪽이 높은 자리로 여겨졌다. 그래서 양쪽 제자들은 서로 자기의 선생을 왼쪽에 모시려고 애를 썼다. 가운데에는 퇴계가 있고, 그 왼쪽에 학봉의 위패를 모시면 서애 쪽이 반발했고, 왼쪽에 서애의 위패를 모시면 학봉 쪽이 반발했다. 옛날 사람들은 이를 심각한 문제로 생각했다. 왜 옛날 사람들은 왼쪽을 오른쪽보다 위라고 생각하였을까.
만약 조선시대 좌우개념에 비추어 보면 우파보다는 좌파가 더 높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 아닌가 필자는 그동안 동양학의 원로 선생님들을 만날 때마다 좌(左)와 우(右)의 문제를 질문하곤 하였다. 어느 책에도 이 문제를 시원하게 답변해주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가들을 역방(歷訪)한 끝에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먼저 좌(左) 자에는 '공(工)'이 들어간다. 우(右) 자에는 '구(口)'가 들어간다. 공(工)은 공부(工夫)의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왼쪽 내지 왼손은 공부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반대로 구(口)는 입 구(口)이다. 오른손은 입에 음식을 넣을 때, 즉 밥 먹을 때 사용하는 손이라는 의미가 있다. 한국인들 대부분은 어린 시절에 어른들로부터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잡도록 훈련받는 경우가 많았다. 왼손으로 숟가락을 잡는 아이가 있으면 이를 오른손으로 교정하곤 하였다.
이를 다시 우뇌(右腦)와 좌뇌(左腦) 이론에 대입해 볼 것 같으면, 왼손은 우뇌와 연결된다. 오른손은 좌뇌와 연결된다. 왼손을 많이 쓰면 우뇌가 개발되고, 오른손을 많이 쓰면 좌뇌가 개발된다. 왼쪽이 공부기능이라고 한다면, 이때의 공부는 우뇌 개발을 의미하는 것이 되는가 우뇌는 창조력과 종합적 사고를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학봉 종손이 양보를 해서 400년 시비에 종지부를 찍었다. 좌우가 문제가 아니라 호계서원(虎溪書院)을 복원하고, 선비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여긴 덕분이다.
입력 : 2009.04.05 23:17 / 수정 : 2009.04.07 09:06 조용헌 goat135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