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인의 아저씨 가라사대]
딸은 환갑이 돼도 아빠에겐 천사란다 / 노매드미디어&트래블 대표
그런 아빠의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딸들은 자라면서 아빠를 무한감동시킨다. 제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아빠에게 쪼르르 달려와 흑흑 울 때도, 출퇴근 시 아빠 볼에 쪽하고 입을 맞추거나, 출장 가는 아빠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대성통곡 할 때도 아빠는 아내라는 여자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벅찬 사랑을 이 어린 천사에게 느낀다. '이담에 누구랑 결혼할 거냐'는 물음에 '아빠!'라고 단번에 대답하는 딸을 바라보며 아빠들은 한마디로, 미쳐버리는 것이다.
딸들이 늘 그렇게 아빠의 마스코트로 있어준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부자간 갈등, 모녀간 갈등처럼 부녀간 갈등으로 마음 고생하는 아빠들이 의외로 많다. 문제는 앞의 두 갈등이 각각 애증(愛憎)과 동성(同性) 간의 끈끈함으로 화해의 돌파구를 찾아가는 반면, 아버지와 딸이 등을 돌리면 그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점이다.
상처 후 3남1녀를 키운 재호 씨는 최근 서울 근교에 전원주택을 마련하면서 딸과 등을 돌렸다. 두말없이 아버지의 이사 결정을 따른 아들들과는 달리 딸은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독립을 선언했다. 그것까지는 좋은데 딸이 너무 자기 몫만 챙기려 하고, 가족을 남처럼 생각하는 모습에서 아버지는 심한 섭섭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딸 앞에서 그 감정을 표현할 수도, 조리 있게 말할 재주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딸을 보면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공연히 심술이 나면서 거친 말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는 '너는 내 딸도 아니다'라는 말도 나왔다. 딸은 딸대로 믿음직한 거인에서 점점 더 속 좁은 노인으로 변하는 아빠가 싫고, 그러다 보니 점점 말은 들어가고 입은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부모 눈에 자식은 환갑이 지나도 아이다. 게다가 그 아이가 한때 세상의 모든 기쁨인 딸이었다면, 아빠는 그 천사와의 추억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자식 이길 부모 없다지만, 부모 이겨서 후회 안 하는 자식도 없다. 특히 부녀지간 화해의 열쇠는 딸이 가지고 있다. 엄마도 이기지 못한 대한남성의 무뚝뚝함이다. 세 살이든 서른 살이든 딸의 애교 앞에서 녹지 않는 아빠가 세상에 어디 있으랴. 딸이 먼저 아빠의 손을 잡아주면, 차갑게 식은 아빠의 손은 금세 온기를 되찾는다. 그렇게 하기가 죽기보다 싫더라도, 딸들아 그렇게 하라. 당신의 아빠도 당신 똥 기저귀 갈아줄 때는 무슨 꽃 향기를 맡으며 그리했겠는가?
입력 : 2008.12.0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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