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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가족 간 접근금지신청

수로보니게 여인 2009. 4. 1. 16:36

[만물상] 가족 간 접근금지신청

 

 

1997년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성이 "시부모가 50m 안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어길 때마다 100만원씩 내게 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서울지법에 내 승소했다. 시부모가 집과 직장으로 찾아와 "네가 우리 아들 혼을 빼앗아 죽게 했다"며 욕하고 폭행하자 소송을 낸 것이다. 특정인이 자기 주위에 접근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국내 첫 접근금지 소송이었다.

▶서구에나 있는 줄 알았던 접근금지명령을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로 스토커나 빚쟁이들에게 내려지지만 작년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장공관 앞 철거민 시위대를 상대로 100m 접근금지명령을 얻어냈다. 2006년 황우석 교수 지지자들에게 시달리던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접근금지를 신청해 승소했다.

▶민사 신청과 별도로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가정폭력 가해자의 접근금지를 신청할 수도 있다. 경찰이 피해 가족 신청을 받으면 검찰을 통해 법원에 보내 명령을 받는다. 길게는 두 달까지 접근을 막을 수 있고 100m 안에서 접근금지 거리를 정한다. 100m라면 그렇게 큰 집이 드물 테니 가해자는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작년 말 부부싸움을 말리던 딸을 때린 아버지가 6m 이내 접근금지명령을 받아 집에는 머물 수 있지만 딸 방에는 접근하지 못하게 된 일도 있었다.
▶엊그제 실직 50대 가장이 집에서 술을 마시다 아들의 뺨을 때리자 아내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접근금지신청을 냈다. 지난주 어느 대학 졸업반 여학생은 어머니가 자신을 밀치고 자기 손등에 노란색 고무줄을 튕겼다는 이유로 100m 이내 접근금지를 신청했다. 지난해 공무원시험에 떨어진 딸이 시험을 포기한 채 시간을 허송하자 어머니가 "얘기 좀 하자"고 딸을 붙들고 채근하다 벌어진 일이었다. 경찰은 당연히 법원에 접근금지신청을 넘기지 않았다.

▶가족 갈등에 따른 접근금지신청이 2007년 422건, 작년 461건이었고 작년에 67%, 313건이 집행됐다. 주로 부부 다툼이 많지만 최근엔 자식과 부모 사이 신청도 늘었다고 한다. 가정 폭력과 학대를 막는 제도로는 유효하겠지만, 자식이 부모에게 대드는 것으로도 모자라 집 밖으로 내쫓는 수단으로까지 쓰려 드는 세상이다. 어머니가 딸 잘되기 바라는 마음에 고무줄로 손등을 때린 것이 나무람이지 가정폭력일 수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 접근금지명령을 생각해내는 것을 보면 '아는 것이 병(病)'이라 해야 할지.
 
입력 : 2009.03.31 22:55 김홍진 논설위원 mail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