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덕일& 정민

비판적 지식인, 공자

수로보니게 여인 2009. 1. 20. 14:55

비판적 지식인, 공자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뜻하는 말이 춘추필법(春秋筆法)이다. 공자가 춘추시대 노(魯)나라 역사서 '춘추(春秋)'에서 여러 사건들에 엄정한 비판을 가한 후 생겨난 말이다. 그러나 공자가 그런 비판을 도출하는 과정을 보면 엄격하기 그지없다. 공자는 첫째 근거가 있어야 믿는다는 족징(足徵), 또는 근거가 없으면 믿지 않는다는 무징불신(無徵不信)의 자세를 갖고 있었다. 견해(opinion)는 사실(fact)의 바탕 위에서 도출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논어' 팔일(八佾)편에서 공자는 "하(夏)나라의 예는 내가 능히 말할 수 있지만 기(杞)나라의 예는 실증하기가 부족하다. 은(殷)나라의 예는 내가 능히 말할 수 있지만 송(宋)나라는 실증하기가 부족한데, 문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헌이 충분하다면 내가 실증할 수 있다(夏禮, 吾能言之, 杞不足徵也, 殷禮, 吾能言之, 宋不足徵也. 文獻不足故也. 足則吾能徵之矣)"라고 말했다.

다음이
술이부작(述而不作)인데, '논어' 술이(述而)편에서 공자는 "나는 앞에서 말한 것을 뒤로 전할 따름이지 창작하지 않으며, 믿고 옛것을 좋아하니 속으로 나를 노팽에 비교한다(述而不作, 信而好古, 竊比於我老彭)"고 말했다. 술(述)이란 앞사람의 말을 뒤로 전하는 것을 뜻하고, 작(作)은 자신이 새로 창작하는 것을 뜻한다. 노팽은 상(商)나라 현인(賢人)으로 알려져 있지만 분명치 않다.

세 번째로 공자는 '술이'편에서
"괴이한 것, 힘, 어지러운 것, 귀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不語怪力亂神)"는 것으로 실증할 수 없거나 자신의 인식 범위를 넘어가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논어' 옹야(雍也)편에서 공자가 "귀신을 공경하되 그것을 멀리하는 것이 지(知)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것이 이런 예이다.

공자는 춘추시대의 정치현실에 대해 누구보다
강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었으나 엄격한 사실 검증을 거친 후에야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우리 사회는 종종 견해가 사실을 압도한다. 견해가 앞서면 팩트는 설 자리가 없다. 그러니 대화가 곧 싸움이 된다. 상호 인정의 토대인 팩트가 무시되면 사회 통합도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입력 : 2009.01.19 22:17 이덕일·역사평론가 newhis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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