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덕일& 정민

[이덕일사랑] 문(文)·사(史)·철(哲)

수로보니게 여인 2009. 4. 1. 16:26

 

문(文)·사(史)·철(哲)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문사철(文史哲)이라고 통칭한다. 문사(文史)라는 말은 선조들의 용어지만 철학은 아니었다. 철학은 메이지(明治)시대 도쿄 가이세이조(開成所) 교수였던 니시 아마네(西周: 18291897)가 필로소피(philosophy)를 희철학(希哲學:그리스철학)이라고 번역한 것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필로(philo)는 애(), 소피아(sophia)는 지(知)란 뜻으로서 지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

선조들은 철학보다는 경학(經學)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철인(哲人)은 철학자가 아니라 성인(聖人)·현인(賢人)을 뜻하는 표현이었다. '서경(書經)' 주서(周書)강고(康誥)조에 "옛날 선철왕(先哲王:밝은 선왕)들의 사적을 따로 구해서 듣고 따라야 한다(別求聞由古先哲王)"는 말이 있는 것이나, '신증 동국여지승람' 평양(平壤)조에 기자(箕子)를 선철(先哲)이라고 칭한 것 등이 이런 예이다. 문사(文史)는 문장(文章)을 뜻했다.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쓴 '둘째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寄遊兒)'에서 "네 형은 문사에 조금 지식과 취미가 있다"라고 쓴 것이 이런 의미였다.

고려에서 문사를 주관하는 직책이 필도치(必도赤)였다. '고려사절요' 고종 12년(1225)조에는 무신 정권의 권신 최우(崔瑀)가 자신의 집에 정방(政房)을 설치하고 문인을 뽑아 필도치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몽골어(Biteshi)의 음역으로서 비사치라고도 읽는다. 문사에 전념하는 학자를 '책 바보'라는 뜻의 서치(書闍癡)라고 비칭(卑稱)하기도 했다. 조선 후기 이덕무의 별명이 '책만 보는 바보'란 뜻의 간서치(看書癡)였다. 문사에 열중하던 당나라의 두위(竇威)를 보고 무예를 숭상하는 형들이 서치라고 비웃은 데서 나온 말로서 '구당서(舊唐書)' 두위열전에 나온다.

일본을 제외한 동양 사회는 경사자집(經史子集)을 통해 지식인의 교양을 쌓았다. 경(經)은 경전, 사(史)는 역사서, 자(子)는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책들, 집(集)은 역대 시문집인데 올바른 세계관을 지닌 지식인을 기르는 책이었다. 대학의 문사철 강좌가 수강생 부족으로 폐강된다는 보도이다. 문사철은 인생의 길을 가르쳐주는 나침반이란 점에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입력 : 2009.03.25 23:07 / 수정 : 2009.03.30 16:31 이덕일·역사평론가 newhis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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