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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독서 / “상상력은 가능성을 창조한다.”

수로보니게 여인 2009. 1. 11. 01:07

 

 

맛있는 독서

“상상력은 가능성을 창조한다.”


아저씨, 수염을 기르세요.

저는 열한 살 난 여자 아이예요. 오늘 아저씨 사진을 보면서 ‘만약에 아저씨가 수염을 기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저씨가 수염을 기르면 훨씬 잘생겨 보일 것 같아요.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아저씨에게 투표할 거예요.

                                                                                                    -1860년 10월 19일, 그레이스 베텔로부터-


이 글은 링컨을 미국의 제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게 한 주요 인물 중의 하나였던 어느 소녀의 편지이다. 링컨은 그레이스 베텔의 편지를 받고 “수염을 기르면 어색하지 않겠느냐?”는 답장을 보냈는데, 이 소녀가 “인자해 보일 것 같다.”고 재차 권해서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고, 선거 유세를 다닐 때에는 우리가 사진에서 보는 그 수염투성이의 얼굴이 되었다. 수염을 기르고 난 후에 링컨의 이미지는 달라졌다. 그의 우울하고 어두운 인상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래서 링컨은 정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는데, 수염을 기르자 인자하고 품위 있어 보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링컨에게 투표했다고 한다.

‘만일 ……라면 어떨까?’ 이것은 마술의 언어이다. 이것은 우리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현실 속에 추가시키는 말이다. ‘만일 두 개의 막대기를 비비면 어떻게 될까?’ 어떤 원시인은 이런 생각을 함으로써 불을 발견했다. 16세기 영국에서 한 젊은이가 ‘만일 배를 저어 계속 서쪽으로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 선원이 바로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로, 신대륙을 발견했다. 독일의 열여섯 살 난 학생은 이런 상상을 했다. ‘만일 빛을 방출하여 계속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소년이 바로 10년 후에 상대성 원리를 발견한 대과학자 아인슈타인이다. 이와 같이 상상력이란 우리의 현실에다 가능한 신세계를 추가시켜준다.

미국 플로리다 주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What is poem?'이라는 단원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시란 너와 네 친구가 같은 시를 함께 읽어도 머릿속에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만약, 같은 그림을 그리게 된다면 그것은 시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가? 같은 시를 읽고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을 허용하는가? 만약에 다른 그림을 그리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는 시험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게 될 것이다. 학생은 교과서 집필자, 참고서 편집자, 국어 선생님이 상상한 그림과 같은 그림을 그리기를 요구받는다. 그리고 그것이 정답이 된다. 정답이 아닌 것은 오류로 판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상상력은 창조적인 사람들조차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정신 작용이다. 그러나 그것은 백일몽이나 거짓말과는 다른 차원의 정신 작용이다. 인류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에 의해 발전해 왔다.

우리가 책을 읽으며 울고 웃고 하는 것은 상상력에 의한 반응이다. 그 책속의 주인공과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우리는 상상력을 통해 책 속의 주인공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슬픔을 공유하기도 하며,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이러한 일을 대리 체험 또는 간접 체험이라 하는데, 이는 우리의 실제 인생이 줄 수 없는 보다 넓은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정신세계도 풍부하다.

상상하며 읽는 것은 머릿속 또는 가슴속에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며 읽는 것이다. 그 이미지는 읽고 있는 내용과 관계된 것이지만, 독자가 과거에 경험한 내용과 관련되어 나타난다. 즉, 책속의 이미지를 자신의 이미지로 바꾸는 것이다.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있었다.”

이 문자 기호를 읽을 때 독자가 상상하는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쌍꺼풀진 서구적인 눈을 상상할 것이고, 어떤 이는 가느스름한 동양적인 눈을 상상할 것이다. 이렇게 다른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은 각자의 경험 속에 간직된 아름다운 눈의 스키마(schema)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상상할 때 누구에게나 동일한 장면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떠오르는 것은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장면뿐이다. 그러므로 작품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일종의 ‘승인이며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에 보이는 것이 이미지이다. 이러한 이미지가 마음속에 형성되는 것은 과거의 지각적 경험에 기인하는 재생 작용이며, 매우 자연스럽고 수동적인 작용이다. 그러나 이야기나 소설 읽기에서 이미지가 그대로의 이미지로서 언제까지나 마음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는 상상력에 의해서 수시로 변화되어 간다.


일반적으로 상상력의 특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제시된다.


1. 상상력은 가능성을 창조하는 활동이다.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만일 ……한다면?’ 식의 사고를 자주 한다. 위대한 발명가나 발견자들은 이와 같은 사고를 즐겼다.


2. 상상력은 민첩하게 사고하는 활동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사고가 매우 민첩하게 움직인다. 예를 들면 말놀이처럼 단어를 빠르게 생각해 내는 일 들을 잘

   한다.


3. 상상력은 은유 만들기 활동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계절은 변덕쟁이’, ‘낙엽은 패망한 나라의 지폐’ 등과 같이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것을 어울리게 하

 는 언어적 힘을 가지고 있다. 위대한 시인들은 상상력이 풍부했다.


4. 상상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규칙이나 패턴을 알아내는 힘이다.

   패턴을 알아낸다는 것은 가시적으로 연결되어있지 않은 것들 사이의 관계를 알아내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패턴의 유형은

  속성이다. 두 번째는 원인과 결과이고, 세 번째는 이야기(스토리, 줄거리)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글을 보면서 이러

  한 것들을 재빨리 파악한다.


5. 상상력은 모든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활동이다.

이름 짓기는 의미 부여의 방법이며 고도의 상상 활동이다. 부모가 자식의 이름을 짓는 것은 자식의 미래에 대한 상상 활동이

다. 이름은 힘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별명을 붙여주면 화를 내고 싸우기까지 한다. 옛날 사람들은 이름을 두

 개씩 가지고 있었다. 나이, 위치 등에 따라 이름이 어울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때로는 자신의 상상력을 만족시키는 이름

  을 직접 짓기도 했다.                


                                                                                                  남미영 l 한국독서개발원 원장

 

  Got yourself one hell of an imagination, kid. 상상력이 정말 풍부하구나, 꼬마야

  I'm not a little kid. 전 꼬마가 아니에요

  You have a vivid imagination. 네 상상력도 참 대단한데

  I'm just a little kid. 난 작은 애일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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