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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인의 아저씨 가라사대] 미용실과 찜질방에선 왜 작아지는가

수로보니게 여인 2008. 10. 8. 18:46

 

[윤용인의 아저씨 가라사대] 미용실과 찜질방에선 왜 작아지는가


고립무원(孤立無援). 사방이 적으로 막혀 있다. 중원에 홀로 있으니 축구천재 호날두라도 빠져나올 재간이 없다. 언젠가 한 번은 이렇게 당할 줄 알았지. '인과응보'요,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도 있잖은가.

어려서부터 남자라는 이름으로 떼지어 저지른 만행은 줄줄이 사탕이었다. '여자아이들 고무줄 끊기', '아이스께끼라고 외치며 치마 들추기' '통학버스에서 여학생 골려 먹기' '군대에서 아가씨 보고 휘파람 휙휙 불기' 등등. 어제의 빛나는 전통을 오늘에 되살려 회사에서는 계급과 나이의 특권으로 여직원 앞에서 얼마나 당당했던가. 아아, 강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 남자가 보이는 행동은 무조건 애교, 당한 자에게 필요한 것은 관용. 원래 남자는 다 그런 것이니 그렇지 않은 그대들이 무조건 이해할지니.

자식은 제 애를 낳아봐야 부모 마음을 알 듯, 남자는 돌발적으로 찾아오는 상황 속에서 자기의 과오를 깨닫는다. 대표적인 장소는 미용실. 남자는 이발소, 여자는 미장원이라는 공식은 미용실 하나로 단일화 된지 오래다. 그러나 여자들의 사랑방에 출입하는 남자는 입구에서부터 고개를 숙인다. 거세당한 수컷처럼 한쪽에 조용히 '짱' 박힌 그들은 수많은 여인네들의 '남자 의식 안하기' 수다초식 속에서 주화입마에 빠진다. 싸나이 김부장도, 경상도 출신 박과장도 백조 속에 낀 오리 되어 시선은 불안하고 입술은 접착된다. 우연히 펼친 여성지 페이지가 '우리 부부의 은밀한 밤 생활'이었을 때, 화들짝 놀란 가슴을 안고 의자 위에 앉은 그이들의 유일한 대사, "아무렇게나 쳐주세요".

와이프 따라간 찜질방. 계란에 빙수나 먹으면서 TV나 볼 일이었다. 얼굴이 홍당무 되어 나온 아내의 "당신도 땀 좀 빼요"라는 말에 토굴로 들어가 앉은 지 2분. 주위를 둘러보니 남자라고는 자기 혼자뿐임을 알았을 때 80㎏의 오부장은 40㎏으로 쪼그라든다. 기회를 놓칠 리 없는 가족오락관 단골출신 아주머니 한 분, "오늘 찜질방 물 좋네"라며 농을 던지고 주변에서 호호 소리 요란할 때, 맞받아치자니 희롱에의 근거가 약하고, 화를 내고 일어나자니 쫌생이 될 것 같아 남자는 그 자리에서 '썩소'만 날린다.

헬스클럽에서는 달리기나 할 걸, '스트레칭 요가 무료 강좌 프로그램'이라는 말에 혹해 우연히 합류한 대열에서 자기 혼자 남성 운동복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음이다. 다리 쭉 펴고 발끝을 잡으라는데 나온 배로 인해 허리 숙임 각도는 5도에서 마감되고, 이 현장에는 '망상'과 '혼란'만이 존재한다. 아무도 보지 않음에도 모두가 자기만 보고 있다는 '망상'. 전후좌우 여자들의 접고 굽히는 기괴한 동작에 눈은 어디를 봐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 참으로 죽을 맛이다. 잘못했다 여자들아.

 

                                           입력 : 2008.10.08 04:56 윤용인·노매드 미디어&트래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