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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인의 아저씨 가라사대] /기러기 아빠들아! 환율보다 높게 날자

수로보니게 여인 2008. 10. 22. 18:19
  

[윤용인의 아저씨 가라사대]

 

기러기 아빠들아! 환율보다 높게 날자


기러기 아빠 명곤씨는 요즘 죽을 맛이다. 치솟는 환율로 인해 제 사업 추스르기도 어려운 판국에 송금 부담까지 겹쳐 허리가 휜다. 최근 사회통계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학부모 절반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녀의 해외유학을 원한다는데, 어디 가서 떳떳하게 자기 신세한탄도 못한다. "기러기 아빠에 관한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가면 댓글 보기가 겁나. 치사하게 자기네 애들만 챙기더니 쌤통이라는 댓글들. 남의 속도 모르면서 저러는 것 보면 은근히 부아도 나고 말야."

식솔들 보고 싶은 마음은 얼마나 크겠으며 텅 빈 오피스텔에서 느껴야 할 외로움은 또 얼마나 깊겠느냐마는, 힘들다고 하면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늘 씩씩한 모습을 보인다는 명곤씨다.

밤 열 시를 넘기자 아이들과 화상 메신저 해야 한다며 서둘러 술집을 나가는 명곤씨의 가족 홈페이지에는 최근에 그가 가족들에게 쓴 편지가 한 통 있다.

"다들 잘 지내고 있는가, 아빠의 핏줄이자 생명들아. 우선 아빠의 근황. 도우미 없으면 바로 멸종할 것이라는 그대들 우려와는 달리 아빠는 요리·청소·세탁을 매우 완벽하게 하면서 일등 신붓감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상봉의 그날, 그대들은 이 암마(엄마가 된 아빠)의 최고 요리를 시식하게 될 것이다.

요즘 한국은 세계 경제의 바이러스에 사로잡혀 다들 힘들고, 유명 여배우가 하늘나라로 가는 등 우울한 잿빛이다. 아빠 비록 암마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새벽녘에 깨어났을 때는 내 핏줄이 그리워 무려 1초간 혼자 우아한 청승을 떨다 다시 코를 드르렁거리며 잔다.

가족들아. 뭐든지 쉽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우리 가족이 서로 생이별하고 있는 것은 너희들을 더 좋은 학교에 보내고 영어를 잘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이유라면 어림없다. 아빠도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회사 다니고 싶다. 솔직히 니들이 좋은 학교, 좋은 회사 가면 엄마 아빠한테 아파트라도 한 채 사줄 거냐?(제발 좀 사주라. 전세라도^^).

아빠는
인생이란 늘 도전이고, 고여있으면 안 되는 것이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맞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가 넓은데 왜 한국만 바라보느냐? 할아버지, 할머니는 가난한 시대에 아빠를 낳아서 아빠를 한국에서만 키웠지만(그것도 감사하다) 아빠는 너희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거다. 알겠느냐, 참새들아? 봉황의 깊은 뜻을?

영어 안 돼도 기죽을 필요 없다. 걔들한테 한국말 가르쳐! 뭐든지 도전해보고 당당해져라. 모든 사람이 피부가 다르지만 귀중한 인격체임을 느껴봐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독서를 통해 알아가라. 시련 속에서 좌절하지 말고 서로 격려하며 한 가족의 일체감을 키워봐라.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아빠는 몹시 멋지고 훌륭한 아빠인 것 같다.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면 늘 아빠 있는 쪽을 향해 경건하게 큰절을 올리고 존경의 키스를 날리면서 하루를 시작해라. 모든 것은 쉽게,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이상 아버님의 연설 끝!"

 

입력 : 2008.10.22 03:12 노매드 미디어&트래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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