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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강] 독자 설정

수로보니게 여인 2008. 10. 11. 19:00

   

 

   

제목 [19강] 독자 설정/ 작성자: 성공시대 관리자


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글쓰기란 각기 다른 삶의 모습에서 인간의 보편성을 발견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구체적인 대상에서 추상적 개념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그거지요.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봤는데요, 김홍도 선생님이 신윤복 학생에게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야 하느니라.”

여기서
보이는 것이란 구체적 대상이고요, 보이지 않는 것이란 추상적 개념이죠.

그런데 구체적인 대상 없이 추상적 개념에 관해서만 쓰는 글이 있습니다. 그러면 설득력이 없어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죠. 반대 경우는 어떨까요?   이것저것 이야기는 펼쳐놓는데 대체 뭘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구체적인 대상만 있으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잘 모르겠죠.

자신의 글에 대해 ‘까칠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했지요? “그래서 어쩌라구?” 이렇게 물어야 된다고 했어요.

연애편지 써본 적 있지요? 밤새 쓴 연애편지 아침에 다시 읽어보면 민망하지 않던가요, 왜 그럴까요?

술 한 잔 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분들도 있는데 다음날 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자학할 때도 있습니다.
감정을 덜어내고 글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연습을 착실히 하다보면 자연스레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도 익힐 수 있고 나중에 격정적인 글도 잘 쓸 수 있어요.

지난 시간에 기적이라는 주제를 갖고 개요 짜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기적이란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현상이 아니라, 기적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개념 재규정을 했는데요...

0880 번호 쓰시는 분이 기적에 관해 개념 규정을 해 주셨군요.

사람이 자신이 아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이게 기적 아닐까요?

잘 쓰셨습니다. 타인에 대해 연민과 사랑을 느낀다는 것, 기적 같은 일입니다. 영어로 ‘sympathy'는 ’연민‘ 또는 ’공감‘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사랑, 부처님의 자비도 연민과 공감에서 비롯하죠. 이제 구체적 대상들을 찾아 나열해 보고 연민과 공감이라는 추상적 개념과 연결 지어 보세요. 그러면 좋은 글이 나올 겁니다.

그럼 오늘 하기로 한 독자설정하기 연습을 하죠.    

“강룡씨 글에는 독자가 없어요.”

제 글쓰기 선생님이 제게 처음 해주셨던 충고입니다.

누가 읽을 글인지 명확히 설정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글을 쓴다는 말이었습니다.

제 가
‘글쓰기 멘토링’이라는 책을 쓸 때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글을 쓴 게 아니에요. 저랑 같이 회사 생활을 했던 김기홍 대리라는 사람을 위해 쓴 겁니다. 어휘를 선택할 때도, 예시를 들 때도 비유를 할 때도 김기홍 대리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그러면 독자층이 줄어드는 거 아닐까요?    

바로 그렇습니다!
독자층을 좁히고 좁히는 게 독자층을 넓히는 비법입니다. 오로지 김기홍 대리만을 위해서 쓰면... 김기홍 대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김대리들은 마치 자기 얘기를 하는 것처럼 느낄 겁니다. 사실 김대리들의 일상은 대개 비슷하거든요.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참 좋은 영화죠. 글쓰기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되니 비디오 가게에서 꼭 빌려 보세요. 여기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커피를 맛있게 끊이는 법을 알려 드릴까요?” “한 사람을 위해 끊이면 맛이 더 좋아집니다.”

김 대리 얘기로 돌아가면요... 김 대리는 당구, 축구, 야구,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러면 어떤 추상적 개념을 설명할 때 방금 얘기한 것들에서 구체적인 대상을 고르는 게 좋겠죠. 가령, ‘범주’에 관해 설명할 때 당구장 벽에 주인   아줌마가 붙여놓은 문구로 설명합니다.“승자는 세면대로, 패자는 계산대로!” (당구) 당구장 가보지 않은 분들은 잘 모르실 겁니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생길 겁니다. 독자를 잃어버리는 것 아닌가요?

빙고!
독자를 덜어내세요. 어중이떠중이 다 떨쳐 내세요.

잘 되는 식당과 잘 안 되는 식당의 메뉴를 살펴봅시다. 잘 안 되는 식당은 이 메뉴 저 메뉴 다 있어요. 구체적 독자가 없어요. 잘 되는 식당은 메뉴가 하나, 많아야 두세 개밖에 없어요. 독자를 좁히고 그들만을 위해 쓰는 거예요.
자기만의 독자를 설정하는 거죠. 글쓰기의 주도권을 쥐는 거예요.

이 사람 저 사람 대강 읽는 글보다, 몇 사람, 아니 한 사람이 철저히 공감할 수 있도록 쓰세요. 그러면 여러분만의 독자가 생깁니다. 그때 비로소 여러분은 작가가 되는 겁니다.

작가들은 이렇게 모두 특정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씁니다. 작가가 아니더라도 글을 잘 쓰거나 말을 잘 하시는 분들은 모두 이 원칙을 지킵니다. EBS,<다큐프라임>, "피타고라스의 정리의 비밀" 3부를 보니까 수학자 최재경 씨가 위상수학과 기하학에 관해 설명하는 대목이 나오더군요.

" 산꼭대기를 올라갈 때 우리는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할 수 있겠죠. 첫째는, 과연 꼭대기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있는가... 다음으로, 갈 수 있다면 가장 짧은 등산길은 어떤 것인가... 그 두 가지 문제가 있겠죠. 꼭대기까지 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위상수학의 문제이고, 짧은 거리... 그리고 얼마나 짧은가 하는 것을 다루는 것은 기하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죠? 어려운 용어 하나도 쓰지 않고 어려운 개념을 정확히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마치 동네 어느 주민에게 설명하는 것 같죠.

오늘의 격언 한 마디!
공자님의 말씀을 인용합니다. <논어>의 한 구절인데요.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허망하고,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글쓰기에 관한 격언으로 참 적절한 말입니다. 여기서
배운다는 게 구체적 대상을 찾는 거고요, 생각한다는 게 추상적 개념을 찾는 겁니다.

수학자 최재경 씨의 말을 하나 더 소개합니다.

" 인간은 옳고 그른 것을 판별할 줄 압니다. 그런데
옳다고 말할 때는 이것에 대한 근거야 있어야 되는 거죠. 그 근거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증명입니다. 마치 사회정의가 우리나라를 떠받쳐야 하듯이, 증명이 수학을 떠받쳐야 하는 것이죠. 증명이 있어서 수학이 아름다워지고, 증명을 해야 수학자의 삶이 의미가 있어지는 겁니다."

다음 주는 수업은 글쓰기 형식에 관한 제1부 마지막 시간입니다. 수사법에 관해 공부하겠습니다. (끝) 이강룡. http://read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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