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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 / 이황의 사단칠정론

수로보니게 여인 2008. 10. 17. 00:18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황의 사단칠정론


16세기 중엽에 이르러 성리학은 조선의 관학으로 정착됐다. 그 과정에서 영남학파의 거두 퇴계 이황(李滉, 1501~1570)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오늘날 천원짜리 지폐의 붙박이 모델로서 초상권을 남발하고 있는 퇴계 이황. 그는 경북 예안에서 태어나 열두 살 때부터 숙부 이우(李�)에게서 학문을 배웠고, 1523년에 성균관에 입학한 뒤 진사시와 식년문과에 차례로 급제하여 벼슬길에 들었다. 형조좌랑 겸 승문원 교리를 지내고, 충청도 암행어사로 나가기도 했으며, 대사성에 오른 뒤 공조·예조판서와 우찬성·대제학 등 고위관직을 두루 지냈다.

이황은 성리학적 인간관에 주목하며 '사단(四端)'과 '칠정(七情)'의 원리를 탐구했다.
사단(四端)이란 맹자(孟子)가 말한 네 가지 실천도덕의 근간, 즉 측은지심(惻隱之心)·수오지심(羞惡之心)·사양지심(辭讓之心)·시비지심(是非之心) 등을 말한다. 또 칠정(七情)이란 '예기(禮記)'와 '중용(中庸)'에 나오는 것으로, 희(喜)·노(怒)·애(哀)·구(懼)·애(愛)·오(惡)·욕(慾) 등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일곱 가지 감정이다.

이러한 사단칠정(四端七情)에 대하여
이황은 "4단이란 이(理)에서 나오는 마음이고, 칠정이란 기(氣)에서 나오는 마음"이라고 했다. 성리학적 인간관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이와 기를 함께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황은 인간의 마음을 이(理)의 발동으로 생기는 것과 기의 발동으로 생기는 것, 두 가지로 구분한 것이다. 그 중에서 사단(四端)은 선과 악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이(理)가 발동하여 생긴 것이고, 칠정(七情)은 선과 악이 뒤섞인 탁한 마음으로 기(氣)가 발동한 것이라고 봤다. 인성(人性)에 있어 '본연(本然)의 성(性)'과 '기질(氣質)의 성(性)'이 다르다는 점에서 착안한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의 결정판이었다.

이황의 학설은 당시 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조선의 사상사를 휩쓸며 200년에 걸친 당쟁의 이론적 바탕이 된 저 유명한 사단칠정논쟁이 시작됐다. 반론을 제기한 사람은, 이황 자신의 제자이기도 한 고봉 기대승(奇大升, 1527~1572)이었다. 기대승은 어려서 변변한 스승도 없이 독학으로 공부해 31세 때 '주자문록(朱子文錄)'이라는 책을 3권이나 편찬할 만큼 주자학에 통달한 문재(文才)였다.

기대승(奇大升)은 이황에게 편지를 보내 "이와 기는 관념적으로는 구분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마음의 작용에서는 구분할 수 없다"며 스승의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을 논박했다. 기대승은 인간의 물질적 욕망이나 감정과 별개로 도덕적 감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스승의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에 반대했다. '주기론'적 관점에서 사단과 칠정을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26년이나 어린 제자의 당돌한 지적에 대하여, 이황은 수십 번에 걸쳐 서신을 주고받으며 정성껏 답변했다.

"측은지심, 사양지심, 수오지심, 시비지심 같은 사단은 인간의 이성, 즉 이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순전한 선(善)이라네. 그러나 칠정은 기를 겸했으므로 선악이 있는 것이다. '주자어류(朱子語類)'에서도 사단은 이가 발한 것이며, 칠정은 기가 발한 것이라고 분명히 나와 있네. 사단은 이가 발하여 기가 따르는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발하여 이가 올라타는 것으로 이해해 보게."

이것이 바로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이다. 기대승과의 8년여에 걸친 토론 끝에 퇴계는 마침내 "사단은 궁극적인 관념 그 자체가 드러난 것이지만, 현상화 할 때 사물의 근원인 기가 뒤따른다. 또 칠정은 기의 소산(所産)이지만 현실화될 때는 일정법칙의 제어를 받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조선 성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 논쟁의 내용은 기대승의 후손들이 묶은 '양선생사칠이기왕복설(兩先生四七理氣往復說)' 등 2권의 책에 남아 있다.
이 논쟁으로 말미암아 퇴계의 사상은 논리성과 정밀성을 갖추게 됐다. 더불어 중국의 '짝퉁'이 아닌, 진짜 조선 성리학이 싹트게 된다.

이황의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은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에 입각한 '인성론(人性論)'이었다. 그것은 동서고금의 중요한 철학적 주제인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연구였다. 그 과정에서 이황과 교조적인 주자학자들은 '이(理)' 개념을 물질적 세계 밖에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실재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가 현실화해 도덕규범으로 성립한다고 주장하며 봉건윤리의 절대성을 합리화한 것이다.

한편, 이황의 학설에 논박한 기대승의 학설은 이이(李珥)에 의하여 뒷받침됐다. 그로써 이황의 영남학파(嶺南學派)와 이이의 기호학파(畿湖學派)가 대립하면서 부단한 논쟁이 이어지게 된다. 이는 마침동인(東人)과 서인(西人) 사이에 벌어진 당쟁(黨爭)의 이론적 근거가 됐다.

 

 

  

  

 

                                    

 

                       2008.10.15 16:08 박남일 자유기고가 '청소년을 위한 혁명의 세계사' 저자

                        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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