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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라임 키숀의 「행운아 54」를 배달하며
대학교 1학년 때, 청계천에 헌책을 사러 갔다가 손금쟁이를 만난 적이 있었어요. 다짜고짜 제 손금을 보더니 “두뇌선이 양갈래라 머리가 똑똑하다”고 말하더군요. 그런 얘기는 하도 들어서. “돈은 좀 벌겠냐”고 물어봤더니 손금쟁이는 그게 궁금하면 돈을 내라더군요. 물론 저는 돈을 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지요. 손금쟁이는 그 때 알았을 거예요. 제가 돈을 좀 벌 것이라는 걸. 돈을 아끼는 게 버는 거니까. 그 뒤로 저도 다른 사람들 손금을 봐줬어요. 주로 여자 친구들. 왜 손금이냐면, 손을 만질 수 있으니까. 그러다가 남몰래 좋아하던 여자애의 손금을 봐준 적이 있었죠. 아, 좋더군요. 손을 잡으니. 그 손을 영원히 잡고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방법이 없다는 건 얼마 뒤에야 알았어요. 그런 주제에 손금이라니.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고 괴로워하는 심리상담가가 “어머니 때문이군요”라고 말하면 일단은 크게 웃어야만 하는데, 그 이유를 이제는 아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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