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原稿紙)·이근삼
줄거리
중년의 대학교수인 한 남자는 처와 아들, 딸과 함께 그럭저럭 살고 있다. 자식들은 부모가 자신들을 위해 돈 벌어오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처는 남편이 돈 벌어오는 것을 챙기는데 혈안이 돼있다. 중년의 대학교수는 여러 가지 중압감으로 인해,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혼동하고, 밤8시를 아침8시 강의하러 나갈 시간으로 착각하는 등 일상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면서 살아간다. 돈을 벌기 위해서 무의미하게 계속되는 번역일, 자식에 대한 책임과 아내의 돈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일하는 대학교수에게 젊었을 때의 꿈과 정열은 이미 퇴색 된지 오래다. 결국 또다시 일상은 반복되고 교수는 똑같은 생활을 강요당하면서 무의미하게 살아간다.
이해와 감상
진정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잊어버린 채 기계적인 일상생활에 얽매여 살아가는 한 가정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 단막 희극이다. 희극적 효과를 위해 지문과 대사에도 속어를 사용하고, 인물과 소도구의 표현을 비현실적으로 과장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사실극과는 달리 현대인의 삶을 신랄히 풍자하고 있으며, 특히 인생의 비극성을 소극적(笑劇的)인 방식으로 처리함으로써 현대인의 삶의 비극과 모순을 드러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줄거리와 일정한 사건의 전개 없이 상황만의 제시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트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의한 전달 효과를 높이기 위해 무대장치, 분장, 소도구 등은 물론이고, 인물의 행동이나 대사를 모두 풍자와 반어, 상징과 과장의 기법을 활용하여 처리하고 있다.
핵심 정리
- 갈래 : 희곡, 창작극, 반극, 부조리극, 상황극, 단막극
- 배경 : 어느 교수의 집, 현대(구체적 시간은 없음)
- 구성 : 발단. 상승. 절정. 하강. 결말
- 주제 : 현대인의 비극적 상황에 대한 풍자
- 출전 : 《사상계》 (1959, 5월호), 희곡집
작품 구성
발단 : 장녀와 장남이 나와 집안을 소개하고 집안의 이야기를 한다.
전개 : 교수는 3년 전의 신문을 무심코 읽다가 아내의 핀잔을 듣고, 비슷한 내용이 실린 오늘 신문을 읽
는다. 밥을 먹었는지도 관심이 없던 교수는 아내의 원고 독촉과 돈타령을 듣다가 시계가 8시를
치는 것을 듣고 황급히 출근을 한다. 그러나 저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돌아온다.
절정 : 다음 날 자식들의 갖가지 용도의 돈을 달라는 아우성 속에서 간신히 벗어나 선잠의 꿈속에서도
감독관의 원고 독촉을 받는다.
하강 : 교수는 아내의 원고(돈) 독촉을 벗어나 만나게 된 천사에게서 자신을 찾으려 하지만 실패한다.
결말 : 자식들과 아내, 감독관의 원고 독촉에 짓눌린 교수는 다시 책상으로 다가가서 원고를 정리한다.
등장인물
교수 : 한 때의 꿈과 이상이 지금의 현실과 아버지로서의 의무감에 짓눌려 의지를 상실한 인물
처 : 교수와 비슷한 부류. 교수와 자식의 중간 역할
장남, 장녀 : 신체 건강하나 세속적이고 현실적 욕구에 가득한 인물
감독관, 천사 : 관념적 인물. 감독관은 현실의 압력을, 천사는 꿈과 이상을 상징함.
참고 자료
표현상의 특징
-무대 공간이 원고지 무늬로 이루어짐 : 규격화된 틀 속에서 무의미한 일상을 보내고 있음을 나타냄
-원고지 무늬의 양복 : 교수가 원고 집필에 얽매여 있음을 희극적으로 표현함
-쇠사슬과 굵은 줄 : 교수의 과중한 업무가 집안에서도 계속되고 있음을 나타냄
-자녀들의 발언과 실상의 불일치 : 가족들끼리의 대화가 단절되어 서로에 대해 무관심한 채 살아가고 있음
-자녀들의 큰 목소리 : 부모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음을 암시함
-똑같은 음악의 반복, 신문 내용 : 지루한 일상의 반복을 나타냄
이근삼의 작품 세계
① 리얼리즘 극에 반발하여 부조리극(不條理劇)을 시도
② 작품에 비상식적인 인물이나 의식적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소극적(笑劇的)인 요소를 동원하여 연극적
재미를 유발
③ 현대인의 삶의 비극과 모순을 파악하려는 현실적 관심을 보임
aquamarin 2007.08.21 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