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조용헌 살롱

사냥의 도(道)

수로보니게 여인 2008. 6. 19. 19:30

 

                                                                                                                                                                                

 사냥의 도(道)     

후배 가운데 홍산(弘山)이라는 호(號)를 가진 친구가 있다. 얼굴 생김새가 전생 무장(武將)의 환생 같다. 이 친구는 사냥이 취미이다. 중학교 1학년 시절부터 사냥 좋아하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오리사냥을 익혔는데, 총 쏘는 데는 그야말로 선수이다. 야산에 꿩 사냥을 나가면 이 친구 솜씨를 당할 사람이 없다.


사냥선수인 홍산이 나에게 밝힌 '사냥의 단계'가 있다. 첫째는 무조건 총을 쏘면서 살생의 쾌감을 느끼는 단계이다. 공중을 나는 새를 떨어뜨린다는 것이 쾌감이다. 둘째는 사냥개와의 호흡을 즐기는 단계이다. 사냥을 나가면 반드시 사냥개가 같이 나가서 도와주어야 한다. 덤불 속에 숨어 있는 꿩을 발견하면 사냥개는 즉시 행동을 멈춘다. 주인이 "들어가!" 하고 명령을 내리면 사냥개가 전진한다. 이때 꿩이 날아오르면 주인이 쏜다. 사냥개가 주인의 수족이 되어 착착 움직이면 그 맛이 대단하다. 한쪽 날개에 총을 맞고 땅으로 떨어진 꿩을 개가 추적하는 광경을 바라보는 것도 상당한 스릴을 느끼게 한다.


셋째는 5연발총을 가지고 다니는 단계이다. 이전까지는 한꺼번에 수십 발이 나가는 산탄총을 가지고 다녔지만, 다섯 발만 쏘아야 하는 5연발로 한정한다. 넷째는 2연발총을 가지고 다닌다. 두 발만 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총구멍이 상하와 좌우로 나 있는 '상하쌍대', '수평쌍대' 총이 그것이다. 5연발보다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다섯째는 '외대'만 가지고 다닌다. 외대는 아주 가볍다.


여섯째는 총알이 없는 빈총과 사냥개만 데리고 다닌다. 꿩이 날아가면 빈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면서 "빵-빵" 하고 입으로 소리를 낸다. 홍산의 사냥 사부였던 '칠원영감'이라는 사람은 왜정 때 강원도 산림처장을 하면서 사냥을 즐긴 사람인데, 70대가 되어 사냥을 나갈 때는 이 6단계였다고 전해진다. 산만 보아도 꿩과 짐승이 어디 있는지 훤히 아는 단계이다. 일곱째는 작대기만 들고 다닌다. 꿩을 보면 작대기를 허공에 대고 입으로만 "빵-빵" 하는 단계이다.


살생도 싫고, 총도 싫고, 무거운 것도 싫기 때문이다. 90세 넘게까지 장수했던 칠원영감이 80대에 도달했던 경지라고 한다. 무슨 일이든지 오래 하면 도(道)를 깨닫는 것 같다. 홍산을 통해서 사냥의 도를 알게 되었다.

 

                                                  2008.06.18 23:04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나 지금 도 닦는 중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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