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 집안(1)
근래에 학벌 좋은 집안으로는 인동 장씨인 장재식(張在植·73) 집안을 들 수 있다. 장씨는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하였다. 3선 의원이고 김대중 정부에서 산자부 장관을 지냈다. 그의 부인인 최우숙(崔又淑·71)은 경기여고, 연세대 영문과를 나왔다. 이 정도 가지고는 수재라고 내세우기는 좀 그렇다. 이 집안의 두 아들은 물론이고 그의 조카들도 고려대 장하성 교수와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모두 대단한 인물들이다. 무엇이 이 집안을 수재 집안으로 만들었는지, 그 교육방법과 가풍 등을 한 두 차례 소개하겠다. 먼저 장재식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이 물건이다. 큰아들은 장하준(張夏準·45)이고, 작은 아들은 장하석(張夏碩·41)이다. 장하준은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이고, 장하석은 런던대학 과학철학 교수로 있다. 부친인 장재식의 말에 의하면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가 65명이라고 하는데, 아시아인 교수는 장하준이 유일하다고 한다. '월간조선' 인터뷰 기사를 보니까, 그가 케임브리지 교수가 된 것은 영국에서 공부한 지 4년 만인 27세였다고 한다. 얼마나 공부를 잘했길래 영국으로 건너간 지 4년 만에, 그리고 30세도 안 된 나이에 케임브리지 교수가 된단 말인가. 장하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86년에 케임브리지 석사과정에 지원하였으나 대학 측에서 곧바로 석사과정에 받아 주질 않았다. 그대신 디플로마(diploma) 과정은 허용한다는 입장이었다. 디플로마는 학위를 주지 않고 수료증만 주는 과정을 말한다. 수모를 참고 디플로마에 들어가서 4개월 만에 실력을 인정받았다. 4개월 동안 장하준을 겪어 본 학과 교수들이 "너에게는 1년 만에 석사를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박사과정도 마찬가지였다. 박사과정이 끝나기 전에 이미 교수들이 "너는 경제학과 교수 하라"고 했다. 교수 임명되고 나서 박사를 받았다. 하지만 대학원 수업과정이 아주 강행군이었다. 사실상의 1대1 수업으로 진행됐는데, 1주일에 10시간 수업이라고 하면 3시간은 강의시간이지만, 나머지 7시간은 자기(학생)가 써 온 논문1편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1주일에 논문 1편을 써야 하는 과정이었다. 7시간 동안 과목담당 교수와 대학원생이 그 논문의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서 토론이 진행되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진검승부'를 거친 셈이다. 2008.06.20 22:16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