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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은 안락사하고 있는 중이다. 고통을 느끼지 못한 채 몰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적어도 어딘가에서 새로운 소생은 시작되고 있는 게 분명하다. 화석화된 역사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를 날것의 언어로 직조하는 소설가들이 서 있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심윤경도 그런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천년고찰의 단청 같은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가 네 번째 소설을 내놓았다. 책장을 펼치니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보다 발칙하고 다감한 신라시대 사람들이 튀어나온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그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거인들을 왕으로 섬겼고, 큰 제사에는 당연히 화끈한 섹스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고, 별과 짐승들로 점을 쳤고, 화려하고 떠들썩한 연애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고대인들은 없다. 대신 "선덕여왕은 다이애너비, 화랑은 비보이, 무열왕은 카우치 포테이토, 원효대사는 서태지"로 다가왔다던 그의 말마따나 삼국유사에 잠들어 있던 고대인들이 신화적이고 영웅적인 면모를 잃지 않으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인물로 생생하게 돋을새김 되어 있다.
- ▲ ▲삼국유사의 역사적 기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소설을 발표한 소설가 심윤경씨. /조선일보DB
입력 : 2008.05.30 16:21 / 수정 : 2008.05.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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