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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읽는 현대철학/ 追憶, 혹은 냄새에 관하여

수로보니게 여인 2008. 4. 28. 20:26

 


 

「한눈에 읽는 현대철학」을 읽고

                                                                                                        김린주       

                            

  철학(哲學)은 국어사전에 따르면 인생이나 세계의 근본원리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굳이 사전을 찾지 않아도 배웠거나 못 배웠거나 각자의 철학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오죽하면 개똥철학이란

말까지 생겼겠는가. 말하자면 개인이 살아가면서 느끼고, 체험하고 지향하는 일종의 삶의 방식인 것이다.

 

  철학하면 우린 으레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져서 토마스 아퀴나스니 스콜라철학이니 하는 중세를 거쳐 데카르트나 베이컨, 칸트, 헤겔, 마르크스에 이르는 근대 서양철학을 떠올리게 된다. 읽을 때나 들을 때는 그런대로 이해되는 듯 하다가도 돌아서면 도무지 헷갈리기 일쑤인 서양철학자들의 이론들. 게다가 20세기 초반의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마르크시즘과 구조주의, 그리고 중반의 포스트모더니즘이나 해체주의에까지 이르면 그야말로 책읽기가 겁날 정도인 것이다. 이름이나 용어만 들었다가 나중에 읽어야지 하고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 사이에 각양각색의 철학입문서나 해설서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딱히 이거다 하는 책이 마땅한 게 없었던 차에 「한눈에 읽는 현대철학」을 접하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아주 게으르게 천천히 두 번 읽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대강의 ‘길눈’만 얻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길을 모르는 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길잡이가 아니던가. 그래서 좀 어려운 감이 있지만 학교에서 실시하는 독서능력시험에 이 책을 추천하기로 했다.

  저자는 31명에 이르는 20세기의 중요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아주 쉬운 일상의 언어와 경험을 통해 손쉽게 접근하는 도입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영화(델마와 루이스)나  라디오 프로(전설 따라 삼천리), 동화(피노키오), 심지어는 상업광고의 카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초보자’들이라도  잘 아는 이야기(예화)를 들어 설명하며 별 거부감 없이 철학자들의 핵심적인 사상의 체계를 소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방식은 전문가들의 입장에선 지나치게 수준 낮고 동어반복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겠으나 철학에 문외한이거나 입문자들에게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 생각한다. 좀 어렵거나 지루해질만하면 다시 일상용어로 친숙한 예를 들거나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을 복습해주기도 한다. 게다가 내용의 길이도 적당하다.

  이 글을 통해 각 철학자들에게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그들의 주옥같은 저작물을 통해 마음 껏 지적 갈증을 풀면 될 것이다. 그리고 마르크스에서 부르디외에 이르는 현대철학자들의 계보를 연관성 있게 서술한 것만 해도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요즘 유행하는 한 권으로 풀어 쓴 이야기 조선왕조 오백 년사나 고려, 백제왕조 등의 역사물들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우리의 역사를 ‘공부’하는데 얼마나 공헌을 했는지 잘 알 것이다. 물론 방대하고 심오한 인문과학 서적들이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출간되는데 반대하거나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디지털시대에 접어들면서 인문학 뿐 아니라 출판계 전체에 심각하게 대두되는 독서문화의 위기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른다. 특히 인터넷에 중독돼 있는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그 심각의 정도가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독자들이 일단은 철학이나, 인문과학에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물론 관객의 입맛에만 신경 써서 그야말로 작품의 내용이나 수준보다는 흥행에 더 목을 매는 저급한 상업영화처럼 출판계가 흘러가서는 안 되겠지만, 무릇 지나친 학문우월주의에 빠져 자신도잘 모르는 난해한 저술 작업을 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겠다는 말이다.

  한 권의 책이 사람의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다시 책 얘기로 돌아가서 이 책이 나에게 무조건적인 만족만 준 것은 아니었다. 책 한 권의 분량에 모든 것을 다 담아내려는 것 자체가 욕심이겠지만 이왕이면 두 권으로 출간하는 일이 있더라도 철학자들의 중요 저술에 대해 보다 자세한 언급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철학자들이 주로 독일과 프랑스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프랑스 15명, 독일어권11명, 이태리, 러시아, 헝거리, 영국, 미국 각1명) 현대의 동양이나 중동, 지중해, 중남미의 철학자들이 빠져 있고, 어떤 철학자들의 사상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점이 눈에 거슬린다.

이를테면 가스통 바슐라르의 경우 그의 4원소론( 흙, 물, 불, 공기)에 입각한 각각의 훌륭한 저술(대지와 의지의 몽상, 불의 정신분석, 물과 꿈, 공기와 꿈, 몽상의 시학, 공간의 시학, 촛불의 미학, 꿈 꿀 권리 등)들에 대해 소개하지 않았고, 그의 과학적 상상력이 시인들에게 미친 영향은 제쳐두고 인식론적 단절이나 문제의 틀 등만을 설명한 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자크라캉이나 질 들뢰즈의 욕망이론은 상당히 인상 깊었고, 요즘 들어 더욱 실질적으로 부딪치는 문제인 언어의 새로움에 있어서 자크 데리다의 고민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글을 쓰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문법, 개념, 어휘 등을 이용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제약을 받고 있는 행위다.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라 해도 그것으로부터 탈피할 수는 없다. 자 아무리 라캉식으로 말해서 해 아래 내 것은 없다고 하지만 밤새 고민 끝에 얻은 시 한 줄이 순수한 의미의 창작물이 아니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시인들은 어디서 언어의 샘물을 길어다 쓴단 말인가.  동시대성을 강조한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수많은 위대한 철학자들도 결국은 언어의 문제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철학자들도 말할 수 없는 것들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쨌든 반가운 것은, 창조는 없고 해석과 재해석만 있는 철학자들보다는 늘 새로운 언어의 발굴과 표현에 매달리는 시인들이 그나마 행복하다는 것이다.                                 

                                                                                       

   

 

 追憶, 혹은 냄새에 관하여

                            김 린 주     

        

       음악이 흐르면서 곧바로

           냄새가 피어나기 시작하는 거였다.

           그 어느 때던가

           아련한 추억 같은 냄새가

           열린 두 귀를 통해 맡아지는 것이다.

           라일락 꽃자락이며 클라리넷 선율 끝에 

           섞여 나오는 가녀린 냄새.

           냄새에는

           저마다의 추억이 담겨 있기 마련인데

           아니, 모든 추억에는 저마다

           독특한 냄새가 배어있는 法인데,

           생각해 보면

           냄새에 약한 내가

           이 음악을 좋아한 게 아니라

           이 냄새를 좋아했던 게 아닌가

           여겨질 정도인 것이다.

           追憶, 혹은 냄새에 젖어

           모차르트에 취해 보는 저녁,

           늦은 봄비가 내리고.  

 

                                                                                          

     

     poet ; n.시인;시인 기질의 사람,상상력이 풍부한 사람

        If you want to write a good poem, you must not be afraid of writing a bad one first.

        좋은 시를 쓰고 싶으면, 먼저 졸작에 대해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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