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조용헌 살롱

[조용헌 살롱] '슬로 건축'(slow architecture)

수로보니게 여인 2008. 3. 1. 11:58

    

    
 '슬로 건축'(slow architecture)
목수도 아닌 농사짓는 농부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10년의 세월을 들여 자기 집을 지어 자수성가(自手成家)한 인생도 있다. 담양군 대덕면 무월리의 송일근(50)씨가 지은 무월당(撫月堂)이 바로 그 집이다. 물론 부인인 정다정(48)씨도 옆에서 거들었지만 말이다. 소나무와 흙으로 지은 독특한 스타일의 집이다. '달을 어루만진다'는 무월리는 달과 같이 둥그런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 동네였다. 목재는 뒷산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몇 년간 직접 베어다가 날랐고, 헛간 한구석에다가 전기톱, 전기대패, 그라인더를 갖다놓고 혼자서 서까래, 대들보, 기둥을 다듬었다.

그래서 그런지 반듯한 기둥이 별로 없다. 약간씩 휘어진 삐뚜름한 기둥과 서까래가 많다. 축대와 기초공사에 들어간 돌들은 집 근처와 동네에서 구해다가 썼다. 집의 기초를 할 때에는 모래, 석회, 황토를 배합한 삼합토(三合土)로 1년 반을 다졌다. 지붕 재료만 빼고는 거의 자급자족했다. 부인은 천장과 벽에다 흙을 바르는 토벽작업을 맡았다. 방 안에 있는 나무 침대도 손으로 직접 만들었고, 싱크대, 아이들 방의 책상, 붙박이 벽장, 대나무 방충망도 모두 직접 만들었다.

휴지걸이 하나 만드는 데도 한 달이 걸렸다고 한다.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다 보니 그렇게 시간이 걸렸다. 이 집은 '슬로 건축'(slow architecture)의 모델이다. 농번기에는 논에서 일을 하다가, 시간이 나면 집을 짓고, 돈이 떨어지면 돈이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짓다 보니 10년이 걸렸다. 집의 설계나 디자인도 일부러 혼자서 끙끙거리며 궁리하였다. 다른 사람 안 하는 것을 해야지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가보니까 욕조 옆에 검은색의 무쇠 솥단지가 장착(?)되어 있다. 뜨거운 물이 필요할 때마다 밖에서 장작불을 때면 물이 덥혀지는 구조이다. 언제 집 짓는 재미를 느꼈느냐고 하니까, "터를 다진 뒤에 32개의 나무 기둥을 힘들게 세웠는데, 저녁에 석양이 비치니까 기둥마다 그림자가 생겼다. 이때 64개의 기둥이 되는 광경을 보면서 형언하지 못할 황홀함이 밀려왔다"는 대답이다. "자식도 만들었는데, 무엇인들 못 만들겠는가?"
가 그의 집 짓기 철학이다. 

                                                                                                       2008.02.29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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