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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필의 불언지교(不言之交)
음악(音樂)이란 무엇인가? 불언지교(不言之敎)이다. 가르침 중에서도 차원 높은 가르침이 바로 '불언지교'이다.
말없이 주는 가르침이 이것이다. 말이 많은 가르침은 실속이 적다. 고수일수록 말이 적다.
좋은 음악을 듣다 보면 말없는 가운데 많은 가르침이 저절로 느껴진다. 음악은 분노도 삭여주고, 우울과 외로움도
달래 주고, 절망에서 의욕과 희망의 줄을 잡고 올라오는 방법을 알려준다. 인생에서 이것같이 큰 가르침이 어디 있겠는가!
가르침이라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교(交)이다. 가르침은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 간의 교류(交流)이다.
쌍방통행의 교류가 되어야만 후유증이 없다. 따라서 교(敎)는 교(交)이다.
불언지교(不言之敎)는 불언지교(不言之交)가 된다.
그렇다면 음악은 어떤 속성을 지닌 것이길래 이런 불언지교를 행할 수 있는가. 법화경(法華經)에 보면 인간의
6가지 감각기관 가운데 2개의 감각기관에 주목한다. 빛과 소리를 인식하는 안근(眼根)과 이근(耳根)이다.
인간은 눈과 귀를 통하여 많은 정보를 인식한다. 법화경에서는 눈보다 귀가 더 발달한 감각기관이라고 본다.
눈은 800가지의 공덕을 지니고 있지만, 귀는 1200가지의 공덕을 지니고 있다고 설파한다.
귀가 400공덕이 더 많은 것이다. 눈은 뒤에 있는 것은 볼 수 없지만, 귀는 뒤에서 나는 소리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꿈에서도 소리가 들리고,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무의식이 각성된다고 본다.
동양의 지적(知的) 전통에서는 소리를 다시 인수분해하여 5가지로 나눴다. 궁, 상, 각, 치, 우가 그것이다.
궁은 가장 저음이고, 점점 갈수록 음이 올라가서, 우가 가장 높은 음이다. 궁 소리는 토(土)에 해당하므로 비장을 자극한다.
상은 금(金)이고, 폐장을 자극한다. 각은 목(木)이고, 간장을 자극한다. 치는 화(火)이고 심장을 자극한다.
우는 수(水)이고, 신장을 자극한다. 어떤 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자극하는 내장기관이 다르고, 내장마다 주관하는 감정이
각기 다르므로, 음악을 통해서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 뉴욕필의 평양공연은 북한사람들에게 그 어떤 미묘한 자극을 주었을 것이다.
북·미 간에 '불언지교'(不言之交)가 시작되는 조짐이다.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 2008.02.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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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e Thaummusik(작은 소야곡)/ Norman Cand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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