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손바닥 /나희덕 [애송시 100편-제30편] ▲ 일러스트 잠산 사라진 손바닥 나희덕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 —…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愛誦 2008.02.11
성탄제/김종길 [애송시 100편-제29편] ▲ 일러스트 권신아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히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 —…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愛誦 2008.02.09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오탁번 애송시 100편-제28편] [이슈 연재] 애송시 100편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오탁번 눈을 밟으면 귀가 맑게 트인다. 나뭇가지마다 순은의 손끝으로 빛나는 눈내린 숲길에 멈추어 선 겨울 아침의 행인들. 원시림이 매몰될 때 땅이 꺼지는 소리, 천년 동안 땅에 묻혀 딴딴한 석탄으로 변모하는 소리, 캄.. —…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愛誦 2008.02.05
광야/이육사 [애송시 100편-제27편] ▲ 일러스트=권신아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 —…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愛誦 2008.02.04
산정 묘지/조정권 div#articleContents font { line-height:1.4; } div#articleContents { line-height:1.4; word-wrap:break-word; } ▲ 일러스트=잠산 [애송시 100편-제26편] 산정 묘지 조정권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 —…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愛誦 2008.02.02
잘 익은 사과/김혜순 ▲일러스트=잠산 잘 익은 사과 김혜순 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 내 자전거 바퀴가 치르르치르르 도는 소리 보랏빛 가을 찬바람이 정미소에 실려온 나락들처럼 바퀴살 아래에서 자꾸만 빻아지는 소리 처녀 엄마의 눈물만 받아먹고 살다가 유모차에 실려 먼 나라로 입양 가는 아가의 뺨보다 .. —…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愛誦 2008.02.02
산문(山門)에 기대어/ 송수권 ▲ 일러스트 잠산 애송시 100편-제24편]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 —…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愛誦 2008.01.31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 ▲ 일러스트=권신아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백 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 —…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愛誦 2008.01.30
푸른 곰팡이 / 이문재 [애송시 100편-제22편]-산책시1 ▲ 일러스트=잠산 푸른곰팡이/이문재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 —…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愛誦 2008.01.29
귀천/천상병 애송시 100편-제21편] ▲ 일러스트=권신아 귀천/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 —…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愛誦 2008.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