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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리더의 수준 드러낸다

수로보니게 여인 2013. 10. 1. 15:01

[실전 MBA] 질문, 리더의 수준 드러낸다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입력 : 2013.10.01 03:04

[당신의 리더십을 높일 수 있는 세 가지 질문법]

'예' '아니요'로 끝나는 질문보다 대화를 유도하는 방식 바람직
상대 질책하는 부정 질문은 반성보다 현실 회피하게 해
판단에 얽매이는 질문은 금물, 미래에 초점 맞춘 발전 질문을

확실시되던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평화 모드로 바뀌는 데는 여기자의 질문 하나가 큰 역할을 했다. 주인공은 CBS의 마거릿 브레넌 기자. 그녀는 기자회견장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시리아가 군사공격을 피하려면 지금 당장 뭘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시리아 공습은 언제 할 것이냐'고 묻던 기자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질문을 한 것. 이에 케리 장관은 "시리아가 다음 주까지 모든 화학무기를 국제사회 앞에 내놓으면 된다"고 답했다(물론 그럴 것이라 예상치 않았지만). 결국, 러시아가 중재자로 나섰고 유엔은 최근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내년 6월까지 모두 폐기키로 결의했다. 질문 하나가 미사일 소나기를 막은 셈이다.

이처럼 질문이 갖는 힘은 대단하다. 특히 리더의 질문은 더욱 그렇다. 리더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조직원들의 '생각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신의 리더십을 높일 수 있는 세 가지 질문법이 있다.

◇첫째, 닫힌 질문이 아닌 열린 질문을 해야 한다.

닫힌 질문이란 답이 '예' 또는 '아니요'로 끝나는 단답형 질문이다. 아들과 대화하는 데 서툰 아빠는 항상 이렇게 묻는다. "요즘 학교에서 별일 없니?" 아들의 답은 뻔하다. "별일 없는데요." 이것으로 대화는 끝나고 아빠는 섭섭함을 토로한다. "녀석, 사춘기냐? 아빠와 대화를 피하네." 반면, 대화에 능한 아빠는 이렇게 묻는다. "요즘 학교에서 재미있는 일은 뭐고, 짜증 나는 일은 뭐니?" 이처럼 열린 질문은 서로 대화를 이어갈 '가능성'을 높인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목표 달성에 문제 있어?" 이처럼 닫힌 질문을 많이 하는 리더일수록 부하와 소통 가능성은 줄어든다. "요즘 힘든 일이 뭐지?"라며 대화를 유도하는 열린 질문이 바람직하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둘째, 부정 질문이 아닌 중립 질문을 해야 한다.

부하가 보고서를 올렸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때 무능한 리더는 이렇게 묻는다. "이 보고서가 말이 된다고 생각해?" 답은 정해져 있다. 부하가 제 정신인 이상, "말 되는데요"라고 답할 수 없다. 이처럼 답이 정해져 있는, 즉 상대를 질책하기 위한 질문을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부정 질문이라 부른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의 뇌는 누군가 나를 공격한다고 느낄 때 작동이 멈추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통렬한 자기반성보다는 오히려 자기방어 기제가 작동해 현실을 회피하게 된다는 뜻이다. 부하가 더 나은 결과물을 스스로 고민하게 하고 싶다면 이렇게 묻는 게 낫다. "이 보고서의 장단점은 뭐라고 생각해?" 무능한 리더일수록 이상한 믿음 하나를 갖고 있다. "상대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모욕감을 줘야 한다"는.

◇셋째, 판단 질문이 아닌 발전 질문을 해야 한다.

리더가 조회 시간에 새로운 전략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 후 똑똑한 부하 한 명을 자기 방으로 불러 조용히 묻는다. "오늘 내 발표 어땠어?" 부하의 답은? 웬만한 강심장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답은 뻔하다. "최고입니다!" 또는 "좋았습니다!" 둘 중 하나다. 리더가 진짜로 부하의 속마음을 듣고, 좋은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이렇게 물어봐야 한다. "오늘 내 발표 내용 중 어떤 점을 보완하면 더 완벽한 전략이 될까?" 이처럼 과거(발표)가 아닌 미래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발전 질문이다. 만약 요즘 회사의 영업 실적이 좋지 않다면 "왜 영업 실적이 좋지 않아?"보다는 "어떻게 하면 영업 실적이 좋아질까?"라고 묻는 게 발전 질문이다. 무능한 리더일수록 과거에 대한 판단에 얽매인다. 반면 유능한 리더는 미래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질문 수준이 기업 수준 가른다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18세기에 이미 이런 말을 했다. "한 사람의 수준은 대답이 아닌 질문 능력으로 판단할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영업 책임자 누구야? 왜 영업 실적이 이것밖에 안 돼?" 그저 그런 회사에선 회의 때 이런 질문이 주를 이룬다. 반면 일류 기업은 다르다. "고객에게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할까? 5년 후 우리 회사의 주력 상품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이 기업의 영속성을 돕는 질문이다. 실제로 올해로 211년 된 화학회사 듀폰은 매년 지역의 최고 책임자들이 모여 '10년 후 듀폰의 주력 상품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토론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너 그 점수로 어느 대학 갈 수 있겠니?"라는 질문을 받고 자란 아이와 "너 어떤 일을 하며 살면 행복할 것 같니?"라는 질문을 받고 자란 아이는 생각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 역시 이런 고백을 했다. "'피터야, 너는 죽은 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니?' 열세 살 때 플리글러 신부님이 던진 이 질문 하나가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