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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방법/ 윤후명

수로보니게 여인 2012. 5. 11. 13:58

윤후명,「사랑의 방법」중에서(낭독 김종태)
 

 


윤후명의「사랑의 방법」을 배달하며


이십대 때 수인선 협궤열차를 타러 수원으로 두 번 갔지요. 한 번도 타지 못했습니다. 수원으로 가는 동안 여자와 다투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한두 해를 물리고 혼자 찾았을 때 협궤열차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왜 매번 수원으로 갔는지 모릅니다. 인천으로 갔다면 한 번쯤 탈 수 있지 않았을까. 앞과 뒤로만 움직이는 기차는 곧잘 시간으로 환유됩니다. 제 행로대로라면, 인천발 수원행은 시간을 거슬러가는 셈일 테니 뭔가 교정할 여지가 있지 않겠어요. 어떤 길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걸까요? 기시감의 원리는 모르지만 우리를 찰나에 기억의 고아로 만들어놓는 시간의 허방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초록 등대를 실재라고도 환상이라고도 우기기 힘들어지지요. 그래서 “양들을 파는 시장을 아세요?” 하고 어느 길에서 누군가 묻는다면 처음 듣는 양 뚱한 표정은 짓지 마세요.

 

 

기시감 [旣視感]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일이나 처음 본 인물, 광경 등이 이전에 언젠가 경험하였거나 보았던 것처럼 여겨지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