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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구효서

수로보니게 여인 2012. 1. 19. 10:57

 

구효서, 「동주」중에서(낭독 정인겸)
 
 
 

 

 


구효서의 「동주」를 배달하며


예전엔 동네마다 작은 만화방이 있었어요. 한번 돈을 내면 하루 종일 가게에 있는 만화란 만화는 다 볼 수 있었지요, 마는 인기 만화들 대부분은 언니, 오빠들이 쥐고 있어 저 같은 조무래기에게는 쉽게 순서가 돌아올 리 없었지요. 언제 다 보느냐고 물어보면 누군가는 야멸차게 “넌 글자도 모르잖아!”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글자를 모른다고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요. 다음 권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어요. 글을 빨리 읽어야겠다고 작정한 건 언니들의 업신여김 때문이기도 했고 그즈음 슬슬 제멋대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에도 지쳤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아무튼 속성 과정으로 한글을 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만화 덕이었지요. 글을 읽고 싶다는 욕구를 채우고 나자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을 거예요. 맨 처음 배워 쓴 단어가 무엇이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네요. 아마도 제 이름 석 자이거나 어머니, 아버지 같은 단어였을 텐데요. 하지만 이 장면만은 똑똑히 기억이 나요. 다락방 한쪽 앉은뱅이책상 앞에 앉아 있어요. 작은 창으로는 우리 집 작은 마당이 내려다보이구요. 오랫동안 궁리를 하고 이런저런 이미지를 떠올리고 아는 단어란 단어는 총동원하느라 오전이 다 흘렀지요. 몇 시간 만에 겨우 원고지 위에 이 문장을 썼어요. “아카시아 꽃이 떨어졌습니다.” 그날의 설렘, 발가락을 간질이던 그 쾌락이 지금은 정말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