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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느린 공, 더 느린 공, 아주 느린 공」
형은 북두칠성의 손잡이는 별이 세 개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어느 날, 잠이 오지 않는 여름날 밤에 보았다고. 두 번째 별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라고.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몰랐던 것뿐이라고. “그럼 북두팔성이네.” 나는 다시 한 번 북두팔성이라고 발음을 해보았다. 하나도 낭만적이지 않았다. “형, 술에 취하면 뭐가 좋아?” 형은 가만히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동그란 자갈 두 개를 골라 내 앞으로 다가왔다. 자갈 두 개를 부딪치자 딱, 딱, 딱 하고 소리가 났다. “새소리 같아?” 나는 새소리 같지 않다고 말해주었다. “새소리라면 이런 거지.” 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형이 들고 있던 자갈을 멀리 던졌다. “맞다. 휘파람을 배우면 되는 거였지.” 형이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나는 하마터면 형에게 하루에 다섯 번도 넘게 목욕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고백할 뻔했다. “내가 공을 던질게 받아봐.” 형이 밭에 발자국을 남기며 길을 걸어갔다. 투수와 포수의 거리만큼 멀어졌을 때 형은 뒤돌아섰다. 형이 와인드업을 했다. 나는 두 손을 모아 공을 받을 준비를 했다. 형이 왼팔을 휘둘렀다. 형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지만 나는 진짜 공을 받은 것처럼 엄살을 피웠다. “좀 천천히.” 나는 형에게 사인을 하는 척했다. 형이 고개를 저으며 사인을 골라냈다. “술에, 취하면, 뭐가 좋으냐고?” 형이 크게 소리쳤다. “술에 취하면 생각이 머리에서 나오는 것 같지가 않아. 발뒤꿈치나 엉덩이에서 나오는 것 같아.” 형이 다시 한 번 와인드업을 했다. 형의 자세는 변함없이 멋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형은 에이스였다. 한 경기에서 삼진을 자그마치 열세 개나 잡기도 했다. 형의 최대의 무기는 느린 공이었다. 너무 느려서 아무도 치질 못했다. 형이 공을 던졌다. 나는 그 공이 날아오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느린 공이었다. 아주아주 느린 공. 나는 손바닥이 아픈 것처럼 엄살을 피웠다. 그러고는 말했다. “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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