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역
김재근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는 거
하루 벌어 하루 산다는 거
마른 겨울비 맞으며 벌서고 있는 나무같이 견디는 거, 아닌가
구포역, 휘파람 불며 기차는 몰려오고
사람들은 낙엽처럼 또 부서져 내린다
비릿한 무엇이 속 어디 가시처럼 걸리고
야산 겨울 숲 너머로 하루해가 풀석 지고 있다
늦은 역 광장은 묘지처럼 이제 적막하다
빈 소주병은 시린 기억들을 꽉, 채우고 뒹굴고 있다
꺼져가는 모닥불 옆 용도 폐기된 라면박스와 신문지에 쌓여
사내는 잠이 들고
작은 불빛이 다가와 사내의 이마를 어루만진다
깜박이는 노숙의 굽은 등대, 상처여
이 후미진 외곽이 그대의 둥지였구나
물새의 알, 깨어진 알이여
바람과 겨울 바다를 건너 그대가 흘린 모래알
나의 무릎에서 어지러히 날아 오른다
첫 차가 오고 있다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그대와 나의 겨울을 태우고
목쉰 기적소리 오래 울리며 떠나고 있다
** 2007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심사평:눈물도는 주지적 서정 풍요로워(문충성)
<구포역>풍경이 어쩌면 오늘날 우리의 모습으로 어른거려 그 감동을 지울 수 없다.
평범해 보이지만 뛰어난 은유적인 언어 구사력, 견고한 시의 구조, 따뜻한 현실 의식도 높이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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