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엔돌핀 팍팍

구포역

수로보니게 여인 2007. 4. 18. 12:27

   구포역

 

     김재근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는 거

  하루 벌어 하루 산다는 거

  마른 겨울비 맞으며 벌서고 있는 나무같이 견디는 거, 아닌가

  구포역, 휘파람 불며 기차는 몰려오고

  사람들은 낙엽처럼 또 부서져 내린다

  비릿한 무엇이 속 어디 가시처럼 걸리고

  야산 겨울 숲 너머로 하루해가 풀석 지고 있다

 

  늦은 역 광장은 묘지처럼 이제 적막하다

  빈 소주병은 시린 기억들을 꽉, 채우고 뒹굴고 있다

  꺼져가는 모닥불 옆 용도 폐기된 라면박스와 신문지에 쌓여  

  사내는 잠이 들고

 

  작은 불빛이 다가와 사내의 이마를 어루만진다

  깜박이는 노숙의 굽은 등대, 상처여

  이 후미진 외곽이 그대의 둥지였구나

  물새의 알, 깨어진 알이여

 

  바람과 겨울 바다를 건너 그대가 흘린 모래알

  나의 무릎에서 어지러히 날아 오른다

  첫 차가 오고 있다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그대와 나의 겨울을 태우고

  목쉰 기적소리 오래 울리며 떠나고 있다

 

           ** 2007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심사평:눈물도는 주지적 서정 풍요로워(문충성)

 

         <구포역>풍경이 어쩌면 오늘날 우리의 모습으로 어른거려 그 감동을 지울 수 없다.

          평범해 보이지만 뛰어난 은유적인 언어 구사력, 견고한 시의 구조, 따뜻한 현실 의식도 높이 샀다.

'´˝˚³οο엔돌핀 팍팍'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빗소리  (0) 2007.04.28
비가  (0) 2007.04.20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습니다  (0) 2007.04.12
나의 어둠을 위한 시- 원죄의 업  (0) 2007.03.06
인연설  (0) 2007.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