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카
이 홍 섭
올망졸망한 자식이 셋
그리고 낡은 리어카 한대가 전부였다
집을 나설 때는 배추가
돌아올 때는 하드를 문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연신 침을 묻혀 보지만
타는 햇빛 아래서
그녀의 입술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았다
어린 자식들이
그녀의 가여운 입술을
영영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로부터 스무 해
남대천 뚝방을 따라 저 멀리서
리어카 한대가 왔다
입술이 없는 한 여인이
곁을 지나갔다
리어카는 비었는데
자식들은 보이지 않았다
- 시집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세계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