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의 도둑
장석남
나는 그녀의 분홍 뺨에 난 창을 열고 손을 넣어 자물쇠를 풀고 땅거미와 함께 들어가 가슴을 훔치고 허벅지와 도톰한 아랫배를 훔치고 불두덩을 훔치고 간과 허파를 훔쳤다. 허나 날이 새는데도 너무 많이 훔치는 바람에 그만 다 지고 나올 수가 없었다. 이번엔 그녀가 나의 붉은 뺨을 열고 들어왔다. 봄비처럼 그녀의 손이 쓰윽 들어왔다. 나는 두 다리가 모두 풀려 연못물이 되어 그녀의 뺨이나 비추며 고요히 고요히 파문을 기다렸다.
시작노트
그녀의 심장을 읽는다. 이렇게 써 있다. 넌 누구냐? 넌 누구냐?
넌 여기 있을 만한가? 내 지게는 무겁고 어깨는 부실하고 작대기는 삭아간다.
홀짝홀짝.
‘뺨의 도둑’을 읽고
‘시어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관념을 깬
미래파의 대표시인 황병승을 생각게 하는
그러면서
누군가가 내 뺨의 자물쇠를 열고 들어와
간과 허파까지 훔치다 날이 새
그만 눌러 앉아 거기 살아버리는 일
그런 일을 당하고 싶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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