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 LIVE '섬진강 시인' 김용택씨
"공항에서 (출국신고하며) 직업란에 '시인'이라고 썼더니 공항직원이 시인은 직업이 아니래요. 그래서 '무직'이라고 썼는데 '아, 내가 직업이 없구나' 싶어 움찔하더라고요."초등학교 교사생활 38년 만인 작년에 은퇴한 '섬진강 시인' 김용택(61)씨는 강연과 여행을 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디지틀조선일보의 케이블 채널인 '비즈니스앤(Business&)'의 '강인선라이브'에 출연한 김씨는 "그동안 너무 협소하게 살았으니 담대해져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그립다. 초등학교 2학년을 오래 가르치다 보니 마음이 딱 그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김씨는 "1학년은 어설프고 3학년은 닳았는데, 2학년은 충동적이고 폭발적이며 세상을 보는 눈이 늘 새롭다"고 했다. 그러다 3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눈치 보고 머뭇거리고 계산하기 시작한다. 그는 "성장이나 성숙은 굉장히 기분 나쁜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 ▲ 김용택 시인은 한꺼번에 몰아서 시를 써놓고 나서 문‘그게 아니다’싶은 부분이 생각나면 고쳐 쓴다. 나머지 시간은 재미있게 논다.“ 지금이 좋아야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란다./비즈니스앤 제공
김씨는 농고를 졸업했다. 감나무도 심어보고 돼지도 키워봤지만 다 실패하고 친구 권유로 우연히 교사가 돼 조그만 분교로 가게 됐다. 오전수업만 마치면 시간이 남아돌아 지루해하던 그를 시의 세계로 이끈 건 도스토옙스키였다. 월부 책 장사에게 도스토옙스키 전집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그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수없이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는 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 후 책 읽기에 빠졌고 떠오르는 생각을 주체하지 못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 형식 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7~8년 쓰다 보니 어느새 시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
1982년 그의 시 '섬진강1' 등 9편이 창작과비평사에서 나온 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실렸다. 맨 앞에 박두진 시인의 시가 실린 시집을 받은 김씨는 너무 떨려서 이틀 동안 책을 펼쳐보지도 못했다. 마음을 진정하고 시집을 읽다가 자신이 쓴 시에 스스로 감동했다. 감동은 그 후에도 왔다. 그는 "몰입의 경지에서 시를 쓰는 순간 정말 행복하다. 그렇게 쓴 시를 나중에 보면 내가 어떻게 저런 시를 쓸 수 있을까 싶어 감동한다"며 웃었다.
그가 가진 창의성의 원천은 "시대적 정서"다. 그는 "정치·경제·문화·사회·자연이 모두 중요하다. 그래서 최첨단의 경영 트렌드와 정치의 흐름에 민감하고 그걸 알기 위해 신문을 열심히 본다"고 했다.
섬진강변 초등학교 교사 시절엔 행복했다. 환갑이 될 때까지 그에게 가장 가치 있는 삶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평생을 사는 것"이었다. 그러나 도시에 나가 살다가 이혼한 제자의 아들 딸이 다시 시골마을로 돌아오는 걸 볼 땐 마음이 아파 울기도 많이 울었다.
은퇴할 땐 마음속으로 아이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어른으로서,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시인으로서, 마을 어른으로서 잘못한 게 많은 것 같아서"였다. "행복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김씨에게도 세상살이가 그리 쉬운 건 아니다. "고요와 적막, 느리고 더딘 것을 견디지 못하는 시대라 아무도 시를 읽지 않고 심지어 시인도 시집을 안 살 정도로 시가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나 "삶이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워도 거기서 행복과 희망을 뽑아내는 게 시인"이라고 했다.
'강인선라이브' 김용택 시인 편은 29일 오후 9시50분 '비즈니스앤'에서 방영된다.
강인선 기자 insu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9.05.29 03:18
[現] 시인
홈페이지 :
www.poet.or.kr/yt
출생 :
1948년 09월 28일 (전북 임실)
직업 :
문화예술인(문학인)
학력 :
순창농림고 임학과 졸업
경력 :
전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전북작가회의 제4대 회장
덕치초등학교 교사